최고(最古) 지문…네안데르탈인 인지 능력의 단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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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스페인 카르타헤나 인근 산 라자로 암벽 은신처에서 발견된 작은 돌멩이 하나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돌멩이에는 약 4만 3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붉은 점과 지문이 찍혀 있다. 단순한 유물이 아닌, 이들의 상징적 행동과 인지 능력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로 평가된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University of Complutense in Madrid) 등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고고학 및 인류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에 실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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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너머의 흔적, 붉은 점과 지문

길이 약 4.5cm의 이 돌멩이 표면에는 붉은 황토 안료로 칠해진 점과 함께 선명한 지문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네안데르탈인 지문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이른 지문 기록을 앞당겼다. 

연구팀은 지문의 주인이 어린 네안데르탈인으로 보이며, 섬세한 손길이 놀랄 만큼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돌멩이는 주변 지형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석영 재질로, 네안데르탈인이 의도적으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A. 석영 조각이 완전히 발굴되기 전의 모습. B. 발굴이 완료된 후, 중앙의 붉은 점과 주요 함몰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A. 석영 조각이 완전히 발굴되기 전의 모습. B. 발굴이 완료된 후, 중앙의 붉은 점과 주요 함몰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공동 저자인 스페인 무르시아대학교의 디에고 가르시아-가르시아(Diego García-García) 교수는 "이 돌멩이는 단순히 우연히 붉은 황토가 묻고 지문이 남은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안료를 바르고 만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붉은 황토는 고대 인류에게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많았고, 종종 의례나 장식에 사용됐다.

◆ 네안데르탈인, 추상적 사고 가능성

돌멩이 한쪽에는 사람 얼굴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홈과 돌출부가 있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이 형상을 인지하고 그 위에 붉은 점과 지문을 남겼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는 무의미한 패턴에서 의미를 인식하는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현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붉은 점에서 검출된 지문의 다중 분광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붉은 점에서 검출된 지문의 다중 분광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and Anthropological Sciences

이들이 돌멩이 형태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반응했다면, 추상적 사고나 상징 인식 능력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정교했음을 시사한다. 

네안데르탈인 연구 권위자인 런던대학교의 조아오 지아오(João Zilhão)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고 사냥만 하던 존재가 아니라, 미적인 감각과 상징을 이해했던 존재였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유사한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4만 3천 년 전 남겨진 이 작은 흔적은, 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감수성을 짐작하게 하는 실마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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