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오랜 옛날, 우리와 닮았지만 다른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 지구 곳곳을 누볐다. 뛰어난 사냥꾼이자 도구 제작자였던 그들은 어느 순간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후 변화 때문일까, 아니면 현생 인류와의 경쟁 때문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최근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우주 물리학자 아그닛 무코파다야(Agnit Mukhopadhyay)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약 41,000년 전 '라샴프(Laschamps) 지자기 역전'으로 불리는 지구 자기장 극의 역전과 극심한 약화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우주선과 자외선이 더 강하게 지표에 도달해 네안데르탈인의 생존에 치명적인 환경 변화를 초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옷과 황토 같은 자연재료로 몸을 보호하고, 동굴에 숨는 등 환경에 더 능동적으로 적응해 살아남았다는 설명이다.
◆ ‘우주 방사선 폭격’ 가설의 충격, 옷은 정말 입지 못했나?
이 가설은 네안데르탈인이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해 추위와 자외선에 취약했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는 동물 가죽을 가공하는 도구가 다수 발견된다. 바늘이 없었어도 끈이나 뼈 조각을 활용해 가죽을 몸에 맞게 고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혹독한 겨울을 옷 없이 견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황토를 ‘선크림’처럼 쓴 것도 호모 사피엔스만의 특징이라는 주장은 의심받는다. 네안데르탈인 유적에서도 황토가 발견되며, 그림 그리기, 약재, 벌레 퇴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두 인류가 수천 년간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며 기술을 주고받았을 가능성도 크다.
◆ 숫자 싸움과 무기의 차이, 네안데르탈인의 운명을 가르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구 규모 차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적은 수로 존재했다. 두 인류가 뒤섞이며 점차 네안데르탈인의 고유 집단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 DNA 속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일부 발견되는 점도 그들이 완전히 멸종하지 않고 인류 일부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사냥 기술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주로 근거리 무기를 사용했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돌이나 뼈로 만든 투창 같은 원거리 무기를 발명해 더 다양한 환경과 사냥감에 대응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 단일 원인론의 함정: 복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바르셀로나 대학교 고고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구 자기장 역전이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단일 원인이라는 주장은 고고학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 자기장 변화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의 급격한 인구 감소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으며, 다른 동물종이나 인류 집단에서도 대규모 멸종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만약 자외선 증가가 결정적이었다면, 옷을 덜 입고 동굴에 거주하지 않았던 아프리카 호모 사피엔스 집단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은 약 30만 년 동안 다양한 기후 변화와 자기장 변화를 견뎌낸 놀라운 적응력을 지닌 인류였다. 그러므로 그들의 멸종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힌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처럼 과학은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