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의 대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지만 꾸준하게 아래에서 벗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섬이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대륙 물질을 품고 있는 이유가 지구 맨틀 속 느린 흐름, 즉 '맨틀 파동(Mantle Waves)'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

◆ 맨틀 파동, 대륙 뿌리를 서서히 밀어내다

영국 사우샘프턴대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화학 분석을 통해, 대륙 판이 갈라질 때 뜨겁고 느리게 흐르는 상부 맨틀이 대륙의 뿌리, 즉 대륙 리소스피어(continental lithosphere)를 아래에서 서서히 밀어내고, 일부는 옆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을 확인했다.

대륙의 결정질 '뿌리'는 제거되어 해양 맨틀로 운반된다. 이렇게 옮겨진 물질은 수천만 년 동안 화산 활동을 이어가는 에너지원이 된다. 지질학적 시간 척도로 보면 매우 느린 과정이지만, 대륙이 남긴 화학적 흔적은 오랜 세월 바다 속에서 관찰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륙이 갈라질 때 깊이 150~200km 지점에서 맨틀 속 흐름에 불안정성이 생기고, 느린 파동이 발생한다. 이 파동은 대륙 뿌리 깊은 부분을 긁어내듯 벗겨내고, 제거된 물질은 1,000km 이상 떨어진 해양 맨틀까지 이동한다. 이렇게 섞인 맨틀 물질은 화산 활동을 촉발하며,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예상치 못한 화산 폭발이나 새로운 지형 형성에 기여한다.

수십억 년에 걸쳐 화학적으로 부화된 맨틀(EM)이 쌓이는 과정. 다이아몬드 표시는 다이아몬드가 쌓일 가능성이 있는 위치를 나타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
수십억 년에 걸쳐 화학적으로 부화된 맨틀(EM)이 쌓이는 과정. 다이아몬드 표시는 다이아몬드가 쌓일 가능성이 있는 위치를 나타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

이번 연구를 이끈 토마스 거논(Thomas Gernon) 교수는 "오래전 대륙 조각이 해양 맨틀 일부를 '오염'시킨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었다"며 "맨틀 파동이 그 이유를 처음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해양판이 맨틀 속으로 내려가는 섭입(Subduction)이나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맨틀 플룸(Mantle Plume)만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지만, 일부 지역은 서로 다른 나이의 암석이 뒤섞인 모자이크 구조를 보여 새로운 설명이 필요했다.

◆ 인도양 화산과 거대한 지형 형성

연구팀은 인도양 해저 화산과 산맥 사례를 분석하며 맨틀 파동 모델을 검증했다. 이 지역은 1억 5천만 년 전 초대륙 곤드와나(Gondwana) 붕괴 당시 북동 호주 인근에 위치했다. 크리스마스섬을 포함한 화산 활동은 맨틀 플룸과 연관성이 낮았지만, 대륙이 갈라진 직후 맨틀에서 이동한 대륙 물질이 화산을 활성화했다가 점차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 과정은 단순히 화학적 변화만 설명하지 않는다. 느린 맨틀 파동은 다이아몬드가 풍부한 마그마를 분출시키고, 안정된 대륙 지역을 1km 이상 들어올려 거대한 지형을 형성할 수도 있다.

공동저자인 사샤 브루네(Sascha Brune) 교수는 "대륙이 갈라진 뒤에도 맨틀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며, 원래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대륙 물질을 옮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