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태평양 심해를 탐사하던 유인 잠수정이 해저 분화구와 백운석 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를 포착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중국과학원(CAS)과 라오산연구소(Laoshan Laboratory) 연구팀은 이곳을 '쿤룬(Kunlun) 수열지대'라 명명했다. 수열지대는 지구 내부의 열로 데워진 물이 뿜어져 나오며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는 곳을 의미한다.
◆ 초기 생명 연구에 중요한 거대한 생태계
연구팀에 따르면 쿤룬 수열지대의 면적은 11.1㎢로, 대서양에서 발견된 '로스트 시티(Lost City)'보다 100배 이상 넓다. 로스트 시티는 2000년 대서양 중앙해령 인근에서 발견된 해저 수소 분출 지대로, 뾰족한 탄산염 기둥이 늘어선 독특한 구조와 다양한 심해 생물로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초기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환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쿤룬 수열지대는 단순한 해저 구조물이 아니라, 다양한 심해 생물이 모여 수소 기반 화학합성으로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의 집합체다. 새우, 갯가재, 말미잘, 관벌레 등 다양한 심해 생물이 이곳에서 번성하며, 전 세계 해저에서 발생하는 비생물학적 수소 방출량의 최대 8%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수열지대가 지구 수소 순환에 이 정도로 기여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 지각 균열이 만든 독특한 해저 구조
쿤룬 수열지대는 지름 수백 미터, 깊이 100미터 이상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와 해저 파이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기존 로스트 시티의 얇고 뾰족한 탄산염 기둥과 달리, 쿤룬의 구조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환경을 제공해 초기 생명 진화 연구에 적합하다.
형성 과정은 바닷물이 지각 깊숙이 스며들어 맨틀과 반응하며 수소와 열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큰 폭발로 분화구가 만들어졌고, 이후 균열을 통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더 많은 수소가 방출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탄산염이 통로를 메우고, 압축된 수소가 작은 폭발을 일으키는 과정이 반복되며 현재의 거대한 구조가 완성됐다.
흥미로운 점은 쿤룬이 판 경계가 아닌 캐롤라이나 해판 내부, 해구에서 8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수소가 풍부한 열수 분출이 판 경계에서만 발생한다는 가설이 있었으나, 이번 발견은 그 가정을 뒤집는 사례다.
연구팀은 "쿤룬이 초기 생명 연구뿐 아니라 심해 수소 자원의 잠재적 에너지원으로서도 가치가 크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유사한 수열지대가 심해 곳곳에 존재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