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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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2019년 스페인 남부 카르모나 지역에서 약 2000년 된 항아리가 발견됐다. 항아리는 완전히 밀봉된 상태였으며 안에는 붉은 액체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스페인 코르도바대 연구팀은 이 액체가 역대 가장 오래된 변색된 화이트 와인이라고 보고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고고학 저널: 보고서'(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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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카르모나에서 민가의 보수 공사가 진행되던 당시 고대 로마의 묘지로 보이는 암석으로 된 구조물이 발견되었다. 무덤의 크기는 폭 1.73m×길이 3.29m로 서기 1세기경에 만들어진 고위층 가족의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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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좌우 벽에는 내부를 파서 만든 총 여덟 개의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두 곳은 비어 있고 나머지 여섯 곳에는 각각 항아리가 들어 있었다.

항아리 안에는 대부분 고위층 매장 의식에 사용되는 제물·호박 구슬·반지·향수 등이 있었고 그중 하나에서 5ℓ의 붉은빛이 도는 액체를 발견했다. 무덤의 밀폐된 환경 속에서 와인은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돼 있었다. 

이후 조사에서 이 액체가 붉은색을 띠지만 성분적으로는 '화이트 와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엑체에는 와인의 성분인 폴리페놀·벤조산·탄닌, 벤조산 등이 함유되어 있었고 알코올 농도는 낮으며 레드와인의 주요 색소인 안토시아닌 분해시 형성되는 시린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화이트와인이 오랜 시간을 거쳐 산화되어 붉은색으로 변색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와인이 발견된 항아리 안에 남성의 '유골'이 함께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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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고대 로마에서 와인이 가진 종교적 의의를 생각하면 와인은 매우 상징적이었으며 매장 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실제로 와인은 보통 물이나 꿀 같은 음식과 함께 매장품 안에 놓였고 망자가 더 나은 세상으로 건너가길 바라는 염원이 담긴 공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골함 자체에서 액체 상태의 와인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액체 상태로 보존된 가장 오래된 와인은 독일 슈파이어에서 발견된 '슈파이어 와인병'으로 약 17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견된 액체가 와인으로 인정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기록을 약 300년 앞서게 된다. 

발견된 액체의 원산지를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액체에 포함된 미네랄을 분석한 결과 카르모나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인 헬레스에서 현재도 생산되고 있는 셰리주와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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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고대 로마도 다른 사회와 마찬가지로 죽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었고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죽은 이를 기억하고자 했다. 일종의 의식으로 혹은 고인이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길 바라며 유골함에 와인을 채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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