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영국 남부에 위치한 신석기 시대 유적 스톤헨지(StoneHenge)는 원형으로 배치된 입석 구조물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선사시대 거석(巨石)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스톤헨지는 수많은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학설과 의문이 많은 유적지이기도 하다.
스톤헨지 중심부에 위치한 제단석이 약 750km 떨어진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어 해로로 운반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커틴대와 영국 에버리스트위스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톤헨지 제단석 조각을 분석한 결과, 스코틀랜드 북동부 오르카디안 분지의 구적색 사암(Old Red Sandstone)과 매우 유사하다고 발표했다.
스톤헨지의 건설은 약 5000년 전에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2000년간에 걸쳐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땅에 묻힌 형태로 스톤헨지 중앙 부근에 놓인 제단석은 세로 4.9m, 가로 1m, 두께 0.5m의 크기로 무게는 6t에 달한다.
논문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호주 커틴대 앤서니 클라크 연구원(박사과정)은 제단석에 포함된 광물의 연대측정과 화학조성을 분석해 어디에서 돌이 운반됐는지를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앞선 연구에서 스톤헨지는 서로 다른 석재로 구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사암의 일종인 사르센석(sarsens stones)과 청회색 사암인 블루스톤(bluestone)이 주로 사용됐는데, 제단석은 두 석재와 다르다고 알려졌을 뿐 기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래 사진에서 2개의 거대한 사르센석에 깔린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이 제단석이다.
오랫동안 제단석은 웨일스에서 운반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2023년 연구에서 다량의 바륨을 함유한 제단석의 화학조성과 일치하는 장소를 찾지 못해 웨일스 유래설은 부정된 바 있다.
이에 연구팀은 제단석에서 채취한 샘플에 포함된 광물인 지르콘(zircon)과 인회석(apatite), 금홍석(rutile)에 초점을 맞춰 동위원소 연대측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르콘은 40억 년~25억 년 전과 16억 년~10억 년 전, 인회석과 금홍석은 4억7천만~4억5천800만 년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연구팀은 영국 전체와 아일랜드까지 범위를 넓혀 다양한 지역의 사암 퇴적물의 화학조성을 제단석과 대조했다. 그 결과, 제단석의 화학조성이 스톤헨지에서 최소 750km 떨어진 스코틀랜드 북동부 오르카디안 분지 퇴적층의 암석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5천여 년 전 오르카디안 분지에서 채취된 거대한 돌이 750km 거리를 이동해 현재의 위치까지 온 것임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클라크 연구원은 "제단석의 원산지가 스코틀랜드라는 이번 발견은 신석기 시대의 기술적 제약을 고려할 때 '기원전 2600년경에 이처럼 큰 돌을 어떻게 장거리 수송했을까?'라는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오르카디안 분지에서 약 750km 떨어진 영국 스톤헨지까지 제단돌이 어떻게 운반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영국의 지형적 특징이나 숲이 우거진 자연환경으로 인해 육로 운반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그레이트브리튼섬(Great Britain) 연안의 해상 수송 루트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논문 공저자인 크리스 커클랜드 커틴대 교수는 "이 결과는 신석기시대 영국에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장거리 교역 네트워크와 사회조직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며 "제단석의 기원 발견은 고대 공동체의 협조와 운송 수단 이해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