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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영국 남부에 위치한 선사시대 유적 스톤헨지(StoneHenge)는 원형으로 배치된 입석 구조물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선사시대 거석(巨石)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스톤헨지는 수많은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학설과 의문이 많은 유적지이기도 하다. 

지난 2022년 '스톤헨지는 고대 사람들이 태양력 계산을 위한 달력으로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최근 이에 대해 '무리한 해석이며 숫자를 억지로 이용한 것'이라는 반론이 나와 주목된다. 

◆ 스톤헨지, 태양력 계산을 위한 도구?  

하짓날이면 스톤헨지 북동쪽에 위치한 높이 6m의 현무암인 '힐스톤' 위로 해가 뜨고 태양빛이 힐스톤을 통과해 중앙부를 비춘다. 이런 이유 등으로 그동안 스톤헨지는 천체 현상 관측 및 제사 의식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스톤헨지의 실제 역할과 건설 방식 등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어 다양한 설(說)이 무성했다. 

이런 가운데 2022년 영국 본머스 대학 고고학자인 티모시 다빌(Timothy Darvill) 교수는 '스톤헨지는 1년을 365.25일로 하는 태양년을 기준으로 한 달력'이라고 주장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고고학분야 국제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ntiquity(2022)

다빌 교수에 따르면 스톤헨지를 구성하는 바깥쪽 고리(사르센 원)에는 모두 30개의 돌이 있으며 1개가 '1일'에 대응하고 있다. 이를 12배로 늘린 360과 안쪽에 배치된 '트릴리톤(2개의 돌 위에 1개의 돌을 얹은 것)'의 개수인 5를 더하면 1년 일수인 365일이 된다. 또 스톤헨지 사방에 배치된 '포 스테이션(네 개의 측점석)'이 4년 중 하루를 더해야 하는 윤일에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숫자들은 스톤헨지가 양력으로 만들어졌음을 시사하며 스톤헨지 건축 당시 이집트에서 사용되던 태양력에 윤일을 더해 더 정밀하게 개량한 것이라고 다빌 교수는 추론했다. 

◆ "태양력 계산 용도는 무리한 해석"...반론 제기  

이 주장에 대해 이탈리아 밀라노공대 수학자인 줄리오 말리(Giulio Magli) 교수와 카나리아 천체물리연구소 천문학자인 후안 안토니오 벨몬테(Juan Antonio Belmonte) 박사는 “다빌의 설은 무리한 해석이며 논쟁의 여지가 있는 수비학(numerology·수를 이용한 점술)에 지나지 않는 유추의 조합"이라고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앤티쿼티' 최신호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ntiquity(2023)

말리 교수는 고고학적 유적에서는 다양한 숫자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며 스톤헨지의 돌 개수를 태양력과 연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또 바깥 고리를 구성하는 돌의 개수 '30'에 곱한 '12'라는 숫자의 출처가 불분명하여 유적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그 외의 여러 숫자가 무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세한 수를 논하지 않더라도 스톤헨지 구조 자체가 매일 변하는 태양의 미묘한 움직임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도가 높지 않다"며 "특히 하지 즈음에는 지평선의 태양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거석으로 구성된 스톤헨지가 365일을 나타내는 달력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스톤헨지 건축 당시 윤년을 더한 양력을 고안했다는 설도 무리한 억측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집트인들은 높은 정확도로 하루를 구별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지 않았으며, 양력의 어긋남을 수정하기 위해 윤일을 추가한다는 발상은 스톤헨지 건설 약 2000년 후에 처음으로 문서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톤헨지를 건설한 고대인들 역시 여타 신석기시대 문화와 마찬가지로 태음력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말리 교수는 "결론적으로 스톤헨지는 절대 태양년을 기반으로 한 달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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