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국 미라에서 회수된 의문의 물질이 고고학 역사상 가장 오래된 '케피르(kefir) 치즈'인 것으로 밝혀졌다. 케피르 치즈는 동물의 젖을 유산균·효모 등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가 발견된 것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샤오허 묘지에서 발견된 미라다. 청동기 시대인 약 3300~36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미라의 얼굴과 목 주변에서 흰색 덩어리들이 회수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푸 차오메이(Fu Qiaomei) 중국과학원 분자고생물학 연구실 소장은 "세계에서 발견된 치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치즈와 같은 식품을 수천 년 동안 보존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큰 가치가 있다. 고대 치즈를 자세히 연구함으로써 과거의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대 치즈에서 세포 내 소기관 미토콘드리아 DNA 추출에 성공했으며, DNA가 소와 염소에서 유래한 사실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동물의 유즙을 별도의 치즈로 만들었으며, 유즙 혼합이 일반적인 중동이나 그리스 치즈 제조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치즈는 만드는 과정에서 생우유에 포함된 유당이 크게 줄기 때문에 연구팀은 "케피르 치즈 제조는 생우유 보존 기간을 늘릴 뿐만 아니라, 유당으로 인한 위장장애를 완화하는 의미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대 케피르 치즈에는 현대 케피르 치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미생물 '락토바실러스 케피라노파시엔스(학명 Lactobacillus kefiranofaciens)'와 피키아 쿠드리아브제비(학명 Pichia Kudriavzevii) 등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락토바실러스균의 기원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유제품 제조에 사용되고 있는 '러시아 기원'이고, 다른 하나는 '티베트 기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치즈 샘플에 포함된 락토바실러스 케피라노파시엔스는 티베트 기원에 더 가깝다. 즉, 이번 발견은 케피르 치즈가 러시아에 위치한 북코카서스 지역만을 기원으로 한다는 오랜 정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푸 소장은 "우리 관찰에 따르면 케피르 문화는 청동기 시대부터 중국 북서부 신장 지역에서 계승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케피르 치즈가 미라의 부장품이 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어쩌면 사후 세계에서도 케피르 치즈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용도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례 없는 연구로 미생물이 지난 3000년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또 유제품을 조사함으로써 고대 인류의 생활과 세상과의 교류에 대해 더 명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