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1889년 샹레미 정신병원에서 완성한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은 몽환적 화풍이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유체역학의 관점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살펴본 연구를 통해 하늘에 그려진 소용돌이가 물리법칙을 매우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유체 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게재됐다.
중국 샤먼대 해양환경과학자 인시앙 마(Yinxiang Ma) 박사 등 공동 연구팀은 '별이 빛나는 밤'에 그려진 14개의 주요 소용돌이를 조사해 고흐의 그림이 '에너지 흐름 이론(cascading energy theory)'으로 불리는 현상에 부합하는지 확인했다. 에너지 흐름 이론은 대규모 난류에서 소규모 난류로 에너지가 전이되는 현상을 말하며 대기 중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연구팀이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그림을 분석하고 물감색을 상대적 밝기로 파악한 결과, 이들 소용돌이가 에너지 흐름 이론을 설명하는 '콜모고로프 법칙(Kolmogorov’s law)'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콜모고로프 법칙이란 확률론을 개척한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Andrei Kolmogorov)가 발표한 개념이다. 난류는 복잡하게 움직이지만 속도와 압력 등 물리적 변수를 통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큰 난류와 작은 난류는 다른 특성을 가진 상태로 특정 거리와 방향에서 속도 변동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고흐가 그린 소용돌이가 난류의 통계적 특성을 설명하는 콜모고로프 법칙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은 과거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정밀 조사를 통해 작품 속 소용돌이가 호주 수학자 조지 배첼러(George Batchelor)가 1959년 정의한 스칼라 파워 스펙트럼과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배첼러는 난류 스케일 성분인 스칼라, 즉 다른 크기의 소용돌이는 크기에 대응한 파워 스펙트럼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는 고흐가 대기의 움직임을 매우 주의 깊게 관찰했음을 시사하며, 소용돌이와 소용돌이의 크기뿐만 아니라 상대적 거리와 세기까지 난류를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흐가 난류의 물리학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은 구름이나 대기 움직임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일 수도 있고, 본능적 감각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고흐의 자연물리학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