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 345㎓ 전파로 더 선명한 블랙홀 관측 성공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Astronomical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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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가 중심이 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팀이 지구로부터 5400만 광년 떨어진 초질량 블랙홀(M87)을 사상 최고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EHT 연구팀은 2024년 8월 27일 국제학술지 국제학술지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345㎓(0.87㎜ 파장) 주파수를 이용한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로 M87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Astronomical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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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공동 책임자인 미국 제트추진연구소(JPL) 알렉산더 레이먼드 박사는 "새로운 주파수를 이용한 관측을 통해 이전보다 이미지가 선명하고 세밀해졌다. 새로운 주파수 데이터를 기존 주파수와 조합하면 해상도를 50%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랙홀 바로 바깥쪽 영역의 다색 이미지까지 포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전에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가 M87 초대질량 블랙홀(M87*)을 86㎓(빨간색), 230㎓(초록색), 345㎓(파랑색) 주파수로 관측한 시뮬레이션 이미지다. VLBI 기술이 0.87㎜ 파장에 해당하는 345GHz 주파수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he Astronomical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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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연구팀은 2019년 사상 최초로 M87 블랙홀을 눈으로 확인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처녀자리 거대은하 블랙홀인 M87 중심부를 관측한 뒤 약 2년에 걸친 데이터 분석 끝에 얻은 이미지였다. 

우주에서 생성된 가스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원반 모양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블랙홀을 감싸는 빛이 형성되는데 중력 때문에 빛이 나오지 못하고 검게 나타나는 영역이 생긴다.

이전에 공개된 블랙홀 이미지는 지구 각지에 위치한 전파망원경에서 얻은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통합해 지구 크기의 가상 거대 전파망원경으로 만들어 구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칠레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 ▲스페인 IRAM 30미터 망원경 ▲프랑스 북부 확장 밀리미터 어레이(NOEMA) ▲그린란드 망원경 등을 포함한 전파망원경 여러개를 연결해 제작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HT 연구팀(2019)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HT 연구팀(2019)

하지만 촬영된 블랙홀 윤곽이 흐릿했고, 해상도 향상을 위해서는 전파망원경을 더 크게 만들거나 더 높은 주파수에서 관측해야 했다. 

가상 전파망원경 크기를 키우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선택지는 주파수를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0.87㎜ 파장은 1.3㎜ 파장보다 대기 중의 수증기에 흡수되기 쉬워 블랙홀이 방출하는 짧은 파장의 전파를 수신하기 어려웠다. 

이에 EHT 연구팀은 전파망원경 감도를 높이면서 대기 중 수증기 영향을 보정하는 기술을 새로 개발해 날씨가 양호해지기를 끈기 있게 기다려 드디어 새로운 블랙홀 포착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ETH 망원경 가운데 ALMA와 아타카마 패스파인더 장치(APEX), 스페인 IRAM 30m 망원경 등 6개를 사용해 해상도 19 마이크로아크초(microarcsecond)로 관측했다.

이번 결과가 EHT 일부만 활용한 예비 실험인만큼, 연구팀은 앞으로 전체 EHT를 활용하면 해상도를 13마이크로아크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이전보다 더 작고, 더 어둡고, 더 멀리 있는 거대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논문 공저자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CfA) 셰퍼드 도엘만 박사(Shepherd S. Doeleman)는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바뀌었을 때 디테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떠올리면 이것이 얼마나 획기적 진보인지 알 수 있다. 다양한 파장으로 블랙홀 주변 가스를 관측하면 블랙홀에 물질을 공급하거나 강력한 제트를 분사하는 고온 가스 및 자기장과 아인슈타인이 주창한 중력의 영향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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