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원시 지구는 거듭된 암석 충돌로 융해한 마그마로 뒤덮인 불덩어리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3호'를 통해 형성 초기의 달 표면도 '마그마 바다'로 뒤덮여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인도 물리학연구소(PTL)의 산토시 바다왈레(Santosh Vadawale) 박사팀은 찬드라얀-3호의 탐사로버 '프라기안'에 탑재된 알파입자 X선 분광기로 달 남극 부근에서 23차례 암석의 원소 구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 일대의 원소 조성은 비교적 균일하고 모든 샘플에 철이 풍부한 사장암(ferroan anorthosite)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달의 남극 주변 암석 원소 구성은 달 적도 및 중위도 지역 샘플과 유사하다. 주요 원소 측정값은 구체적으로 적도 부근 고지대에서 채취한 아폴로 16호 표본과 중위도 지역에서 채취한 루나 20호 표본의 구성 원소 측정값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지리적으로 이처럼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채취한 샘플의 화학조성이 유사한 것은 달이 마그마 바다로 덮여 있었다는 설, 즉 45억 년 전 달이 형성될 때 달 표면이 마그마 바다가 굳으며 형성됐다는 '달 마그마 바다(LMO)'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이 가설은 탄생 시점의 지구에 화성과 비슷한 크기의 천체 '테이아(Theia)'가 충돌해 우주로 방출된 대량의 암석이 모여 달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지구와 테이아의 '거대 충돌설(Giant Impact)'에 따르면 천체 파편과 먼지들이 뒤섞인 채 대거 우주로 방출되었고 지구 둘레를 돌며 중력으로 뭉쳐져 이윽고 달이 되었다. 또 달 표면은 충돌을 반복해 융해된 마그마 바다로 덮였다. 이때 비교적 가벼운 철이 풍부한 사장암이 표면 부근으로 떠오르고 무거운 광물은 가라앉으면서 달의 맨틀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철이 풍부한 사장암뿐만 아니라 LMO 가설로는 설명이 안 되는 높은 농도의 마그네슘 광물도 검출됐다. 달의 지각 아래에 있는 마그네슘을 많이 함유한 암석이 표층에서 발견된 것은 40억년 전 거대한 천체 충돌로 남극-에이킨 분지(South Pole-Aitken basin)가 생겼을 때 그 영향으로 지하 깊은 곳의 마그네슘 광물이 분출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한편, 인도는 2025~2026년 달 표면의 샘플 채취를 목표로 또 다른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