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 지하에 거대 동굴 발견…폭 45m·길이 30~80m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안착한 월면(月面) 제1사분면에 있는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에 거대한 지하 터널로 통하는 용암 동굴 입구가 발견됐다.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이 동굴은 인류의 미래 달 탐사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달 표면에는 소행성 등이 충돌하여 생긴 수많은 크레이터 외에 '피트(pit)'라고 불리는 구덩이가 200여 곳 이상 확인되었으며, 그중 상당수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용암 동굴이 함몰되면서 지표로 이어진 '스카이라이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200여 개 구덩이 가운데 16개 정도를 용암 동굴 입구 후보로 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정찰궤도선(LRO)이 촬영한 이전 달 표면 사진으로 고요한 바다에 위치한 구덩이 바닥에 폭 10m의 암석이 흩어진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구멍이 묻혀 있는지 혹은 지하 대형 용암 동굴로 통하는지는 불분명했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로렌조 브루조네 교수팀은 LRO에 탑재된 소형 레이더(Mini-Rf)로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고요의 바다'에 있는 구덩이를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최근 개발된 첨단 신호처리 기술로 재분석한 결과, 구덩이 서쪽 부분에서 레이더의 휘도(밝기)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데이터는 구덩이 바닥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동굴의 존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동굴 위치는 지하 130~170m 깊이에 있으며 폭은 45m, 길이는 30~80m 정도로 추정된다. 동굴 지면은 수평이거나 최대 45도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동굴 도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루조네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이론적으로 가능성이 거론되던 달 지하 동굴을 실제로 확인한 건 처음"이라며 "마침내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달 표면은 낮 기온이 127도까지 오르고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떨어지며, 지구상의 최대 150배에 달하는 강력한 방사선이 쏟아지는 혹독한 환경이다. 따라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지하의 광대한 동굴은 미래 달 탐사 미션의 거점 후보로 매우 유망하다.
동굴의 주요 장점은 복잡한 건설공사 없이도 달 기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붕괴를 막기 위한 보강 작업 등을 고려하더라도 처음부터 기지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유인 달 기지 건설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달 진화의 역사 규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동굴 내부의 암석 등은 오랜 시간 동안 표면 조건에 의한 변화 과정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화산활동과 관련된 달 진화 이해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한편, 트렌토대 연구팀이 발견한 구덩이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달 탐사 위성 사진을 통해 2009년 그 존재를 보고하긴 했으나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