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다양한 지구 생물이 서식지를 파괴당하거나 사냥·외래종 위협을 받으며 오염과 기후변화 영향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달의 남극에 동물 세포를 냉동 보존하자는 내용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BioScience)’에 발표됐다.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 보전생물학연구소(NZCBI)의 선임 과학자 메리 해게돈(Mary Hagedorn) 박사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미래 우주탐사와 행성 테라포밍을 지원하기 위한 달 표면 바이오 저장고"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우선 동물 피부 샘플을 동결 보존함으로써, 지구상에서 다양성을 위협받고 있는 생물들의 세포 샘플을 안정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결 보존 기술은 세포를 동결한 상태에서 수백 년을 유지하는 혁신적인 전략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앞서 필리핀 국립대 딜리만 캠퍼스 게놈 센터 연구팀은 냉동 보존된 세포를 해동해 DNA와 완전한 세포, 그리고 기능하는 생물 전체를 회수한 성공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세포 조직 샘플을 안정적으로 냉동 보존해 두기 위한 저장고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앰브로스 모넬 크라이오 컬렉션(Ambrose Monell Cryo Collection) 등 몇 곳이 존재한다.
전문가는 "이러한 바이오 저장고는 모두 집중적인 인적 관리, 전력, 액체 질소의 지속적인 공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나 지정학적 재해의 영향을 받기 쉽다. 오늘날 많은 냉동 컬렉션은 도시 중심부에 보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있는 컬렉션 보존을 위한 액체 질소 냉동고의 모습이다.
한편, '달의 남극'이라고 불리는 달의 남위 80도에서 90도 사이에는 일정한 태양광이 내부에 닿지 않는 지역이 있고, 연간 섭씨 영하 196도 이하로 유지된다. 이 온도는 세포나 분자 활동을 완전히 정지시키기에 충분한 저온으로, 혹한의 환경을 자연 그대로 이용해 인공적인 유지가 어려운 냉동 보존고로 이용하자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NASA와 협력해 진행 중인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도 달의 남극은 주목받고 있다. 아래 이미지는 NASA가 공개한 아르테미스 계획의 착륙 예정 지역이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달의 남극 안에서 햇빛을 받을 수 있는 10개 포인트가 착륙 예정 지점이다.
하지만 달의 남극에 저온 저장고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5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첫째, '포장' 문제다. 저온뿐만 아니라 혹독한 환경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견고한 포장'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혹독한 환경 중에는 '방사선' 문제가 대표적으로 지구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달에서는 세포 보호를 위해 항산화 물질 및 물리적 장벽 등을 잘 정비해야 한다.
셋째, 세포 샘플을 달 남극의 태양광이 닿지 않는 장소에 냉동 보존한다고 해도 로켓이 착륙하는 것은 빛이 비치는 장소이기 때문에 착륙 장소에서 저장 장소까지 온도를 유지한 채 이동하는 탐사차가 필요하다.
네 번째 문제점으로는 자원을 둘러싼 경쟁을 생각할 수 있다. 달의 극지방 ‘영구음영지역’(콜드 트랩)에는 귀중한 '달의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달의 얼음은 로켓 연료 제조에도 도움이 되는 자원이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 및 관리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달의 저중력에 노출되었을 때 세포 샘플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달 표면에 세포 샘플을 냉동 보존하자는 아이디어는 전력이 필요하지 않고 환경 및 사회 혼란에 취약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초 보존을 목표로 하는 종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종 ▲꽃가루를 매개하는 종 ▲문화적으로 중요한 종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과 다양한 과학 연구의 거점으로 달 탐사 시설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구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사항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