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발견된 새 뼈, 로마 서민의 식생활 규명

폼페이에서 발견된 프레스코화로, 접시에 담긴 달걀과 벽에 걸린 작은 새들을 묘사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lamy
폼페이에서 발견된 프레스코화로, 접시에 담긴 달걀과 벽에 걸린 작은 새들을 묘사하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lam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스페인 마요르카의 고대 로마 도시 폴렌티아(Pollentia) 오수 저장소에서 발견된 작은 새 뼈가, 2천 년 전 로마 서민들이 즐겼던 '길거리 음식'의 비밀을 풀어냈다.

스페인 지중해고등연구소(IMEDEA)의 고고학자 알레한드로 발렌수엘라(Alejandro Valenzuela) 박사팀은 기원전 10년에서 서기 30년 사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폴렌티아의 쓰레기 구덩이에서 유럽울새과인 노래지빠귀(Turdus philomelos) 뼈가 대량 출토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국제 골고고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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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 서민의 '패스트푸드점', 포피나 인근에서 찾은 간식의 흔적

폴렌티아는 로마가 기원전 123년 발레아레스 제도를 점령한 후 세운 도시로, 곧 마요르카 섬에서 가장 활발한 항구 도시로 성장했다. 20세기 초부터 진행된 발굴 조사에서 공공광장, 신전, 극장, 공동묘지, 주거지 등 고대 로마 도시 주요 구조물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 현장은 도시 중심부 인근 약 4m 깊이 오수 저장소다. 이 구덩이는 '포피나(popina)'로 불리는 서민형 소규모 음식점 근처에 위치했는데, 포피나는 와인이나 간단한 음식으로 가볍게 식사하던 장소였다. 인근 조리대에서는 도기 항아리(암포라)와 함께 도기 조각, 포유류, 어류, 조류 뼈 등 다양한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견됐다. 

특히 조류 뼈 중 노래지빠귀의 뼈가 다른 새보다 월등히 많았다. 발렌수엘라 박사는 "노래지빠귀는 현대 마요르카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간헐적으로 식용되며 닭보다는 메추라기와 비슷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 뼈 분포로 본 고대 로마의 길거리 조리와 판매 방식

발견된 뼈의 분포도 흥미롭다. 연구팀의 정밀 분석 결과, 머리뼈, 흉골, 팔뼈는 다수 발견된 반면, 고기가 많이 붙은 다리뼈와 복부 부위 뼈는 거의 없었다. 아래 그림은 오수 웅덩이에서 나온 노래지빠귀 뼈 분포를 색으로 나타낸 것이다. 색이 짙을수록 발견된 뼈가 많다는 의미다. 이는 고기를 발라내고 남은 뼈들이 버려진 것으로, 상업적인 조리와 판매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nternational Journal of Osteoarchae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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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부 흉골이 제거된 흔적에 주목했다. 발렌수엘라 박사는 "가슴살을 평평하게 눌러 빠르게 조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작은 크기와 간편한 포장을 고려할 때 접시뿐 아니라 꼬치에 꿰어 판매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리와 소비 방식은 오늘날 길거리 음식과 매우 유사하다. 연구팀은 "고대 로마 도시에서 거리 음식은 일상생활의 핵심이었으며, 계절마다 다양한 재료가 빠르게 식단에 편입됐다"고 덧붙였다.

◆ 귀족 음식에서 서민 음식으로, 새가 바꾼 로마 식탁

고대 문헌에 따르면 노래지빠귀를 포함한 지빠귀과 조류는 주로 귀족 잔치에서 사용된 고급 식재료였다. 로마 귀족들은 사냥용 그물이나 함정을 이용해 지빠귀를 대량 포획했고 일부 부유층은 이 새를 사육해 상업적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기존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다. 노래지빠귀가 귀족뿐 아니라 서민 일상 식단에도 널리 소비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발렌수엘라 박사는 "포피나 인근 오수 구덩이에서 다량의 노래지빠귀 뼈가 발견된 사실은, 이 새가 단순히 고급 식재료가 아니라 도시의 식량 경제에 깊숙이 통합되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대 도시 쓰레기 구덩이에서 나온 조각난 뼈들은 2000년 전 로마 서민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복원하는 중요한 단서다. 이번 연구는 그들은 오늘날 길거리 음식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작고 빠르게 조리된 고기를 즐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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