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설명되는 정확도, 예외가 증명하는 복잡성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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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수천 년 전 잠든 고대인들의 흔적, 유골. 고고학자들은 이 뼈 조각들을 마주할 때,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성별이다. 

과연 뼈만으로 "그는 남자였을까, 여자였을까?"를 정확히 알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지만, 그 속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보스턴대학교의 생물인류학자 숀 톨먼(Sean Tallman)은 "우리는 뼈의 크기와 형태에서 나타나는 성별 간의 차이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어떤 방법도 100% 완벽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고 덧붙인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다리뼈(대퇴골, 경골 등)의 길이와 굵기를 측정하여 통계적으로 성별을 추정하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약 15% 더 크다는 점을 이용하며, 이 방법의 정확도는 80~90% 수준이다.

하지만 더욱 정밀한 비밀은 골반 뼈, 특히 치골(pubic bone)의 형태에 숨겨져 있다. 1960년대에 개발된 '페니스 방법(Phenice method)'은 남성과 여성의 뚜렷한 골반 구조 차이를 활용하여 약 95%에 달하는 높은 정확도로 성별을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키가 큰 치골을, 여성은 폭이 넓은 치골을 갖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고대 DNA 분석이 성별 판별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치아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분석하여 성염색체(남성 XY, 여성 XX)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그 정확도는 무려 99%에 달한다. 

하지만 DNA는 시간이 흐르면서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모든 유골에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없는 제약이 따른다.

◆ 생물학적 성별, 이분법 너머의 다양성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생물학적으로 '남성' 또는 '여성'으로 나누는 기준이 항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중앙플로리다대학교의 도노반 아담스(Donovan Adams) 박사는 "성은 칼로 자르듯 명확한 이분법이 아니라, 양쪽 봉우리를 가진 형태(bimodal)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그룹 중 하나에 속하지만, 유전적·해부학적으로 그 중간 지점에 놓인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왼쪽의 남성 골격과 오른쪽의 여성 골격은 평균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남성에게서 더 긴 치골이 흔히 관찰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tya Golovchyn via Alamy
왼쪽의 남성 골격과 오른쪽의 여성 골격은 평균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남성에게서 더 긴 치골이 흔히 관찰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tya Golovchyn via Alamy

메릴랜드대학교의 생물인류학자 버지니아 에스터브룩(Virginia Estabrook)에 따르면, 놀랍게도 인구의 약 1.7%는 다양한 형태로 '인터섹스(intersex)'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남성 호르몬 과다 분비로 여성 신생아의 생식기가 모호하게 태어나는 선천성 부신 과다형성(CAH), XY 염색체를 가졌지만 여성형 외부 생식기를 갖는 안드로겐 민감성 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염색체 일부는 XX, 일부는 XY인 모자이크형 유전자도 존재한다.

에스터브룩은 미국 독립전쟁 영웅 카시미르 퓰라스키 장군의 유골 연구를 통해 이러한 복잡성을 직접 경험했다. 유골은 여성형 골격 특징을 뚜렷하게 보였지만, 생전 그는 분명히 남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이는 그가 선천성 부신 과다형성(CAH)과 같이 남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여성의 신체 발달에 남성화 특징이 나타나는 인터섹스 상태였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 뼈에 새겨진 삶의 흔적, 젠더의 복잡성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생물학적 성별 외에도 '젠더'라는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담스 박사는 "자신이 누구인지는 삶을 통해 끊임없이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과거 문화에서 활쏘기나 곡식 빻기와 같이 특정 성 역할과 연결된 활동은 골격에 흔적을 남기지만, 이는 때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고대의 젠더 정체성은 오늘날의 이해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폼페이에서 발견된 유골은 어머니와 아이로 추정되었지만, DNA 분석 결과 성별은 남성이었고 아이와는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9년에는, 무덤 속 무기와 함께 잠들었던 바이킹 전사가, 놀랍게도 염색체 분석 결과 여성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지기도 했다.

톨먼 박사는 라이브사이언스(Live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성별을 명확한 두 가지 범주로 나누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며,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중첩되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과학은 고대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하지만 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온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넘어서, 훨씬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인간 존재의 스펙트럼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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