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동아시아 상공의 공기가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답답했던 하늘이 맑아진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어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 대기 오염 물질 감소가 가져온 뜻밖의 부메랑
과거 동아시아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황산염, 질산염 등 미세먼지 입자가 대량으로 배출됐다. 이 입자들은 햇빛을 반사하는 '에어로졸' 역할을 하며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를 일부 차단해왔다. 마치 작은 우산이 지구를 가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기 오염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 에어로졸 입자들의 농도가 현저히 줄었다. 그 결과, 햇빛이 지표면에 더 많이 도달하게 되면서 지구 온난화의 가속 페달을 밟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제 기후·환경 연구 센터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이 가속화의 원인으로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기 오염 개선에 주목했다.
연구팀의 비요른 삼세트(Bjørn Samset) 박사는 "대기 오염은 그 자체로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구름의 성질을 바꿔 더 많은 태양광을 반사하게 함으로써 냉각 효과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동아시아의 대기 오염 개선은 대기 오염으로 인한 차광 효과를 줄여 지구 전체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 기후 모델의 예측을 뛰어넘는 현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미 예측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관측된 온난화 가속 효과는 예측 모델의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단순히 에어로졸 감소뿐만 아니라, 복잡한 대기 순환과 해양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동아시아에서 에어로졸 감소로 인해 추가로 흡수된 태양 에너지가 지구 전체 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의 장기적인 경향을 바탕으로 예상했던 2010년 이후의 기온 상승 폭은 약 0.23°C였지만, 실제로는 약 0.33°C에 달했다. 이 추가 상승분인 0.1°C가 동아시아의 대기 오염 개선만으로도 거의 설명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지구 시스템 전체를 고려하는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맑아진 하늘을 만끽하는 동시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 변화의 속도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