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속 암모니아가 구름 생성 도와 기온 낮춰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남극의 거대한 빙하와 차가운 바람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작은 존재가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로 펭귄의 배설물, 즉 '구아노(guano)'가 남극 연안 지역의 기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의 매튜 보이어(Matthew Boyer) 연구원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되며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펭귄 분뇨가 구름을 만드는 원리
연구에 따르면, 펭귄의 구아노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나오는 황 함유 가스들과 섞인다. 이 혼합 작용은 대기 중의 미세한 에어로졸 입자 형성을 촉진하며, 이 입자들이 성장하여 구름으로 변한다. 구름은 일반적으로 태양 복사열을 우주로 반사하여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순 냉각 효과를 가진다.
보이어 연구원은 "이러한 과정을 실제로 정량화하고 남극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펭귄과 플랑크톤의 '파트너십'이 이 지역의 에어로졸 생성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점을 밝혀냈다. 펭귄 분뇨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는 대기 중의 미세 입자가 구름 방울로 자라나는 데 필요한 '구름 응결핵(Cloud Condensation Nuclei, CCN)'의 씨앗 역할을 한다. 특히 따뜻한 여름철에는 이 과정이 더욱 활발해져 더 많은 구름이 형성되고, 이는 남극 해안 상공의 기온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 기후 변화 연구의 새로운 퍼즐 조각
이번 발견은 남극 지역의 기후 모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펭귄 개체수가 감소하면 남극 연안의 여름철 대기에서 긍정적인 기후 온난화 피드백(온난화를 가속화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이는 생태계와 대기 과정 사이의 깊은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며, 생물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했던 펭귄 똥의 역할은 남극의 복잡한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새로운 퍼즐 조각을 더해준다. 이는 지구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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