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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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 전체가 거대한 찜통이 된 듯 숨 막히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거리의 아스팔트는 녹아내리고, 건물 실외기에선 연일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폭염은 더 이상 여름철의 불청객이 아니다. 이제는 일상을 무겁게 짓누르는 현실이 됐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가 몰고 온 이 전례 없는 폭염 시대, 인류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

◆  '열돔'에 갇힌 지구, 더 이상 과거의 여름은 없다

한반도의 여름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근접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이 잦아졌고, 밤에도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일상화됐다. 서울은 6월부터 35도 안팎의 더위에 시달렸고, 강릉은 밤 최저기온이 30.5도를 기록해 역대급 열대야를 경신했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반구 전역이 문자 그대로 '끓는 지구'를 체감하는 가운데, 유럽은 이미 초고온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프랑스 기상청은 6월 30일 기준, 본토 96개 지역 중 84곳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고, 이 중 16곳에는 최고 단계인 ‘레드 경보’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200여 개 학교가 휴교하거나 단축 수업에 들어갔다. 포르투갈 일부 지역은 기온이 46.6도까지 치솟았으며, 이탈리아 역시 21개 도시에 최고 등급의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유로뉴스는 유럽기상당국 발표를 인용해 "프랑스·포르투갈·스페인에서 터키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열돔’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수일간 유럽 전역이 극심한 폭염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동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열흘 넘게 열돔 현상이 이어지며 뉴욕은 37도, 보스턴은 38도를 기록했다. 폭염 경보의 영향을 받는 인구는 1억 6천만 명에 달한다.

 미국 전역 최고 열 지수(Heat Index)  예측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ional Weather Service
 미국 전역 최고 열 지수(Heat Index)  예측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ional Weather Service

중국 신장 투루판 분지에서는 52.2도라는 기록적인 기온이 관측됐고, 지표면 온도는 81도까지 상승해 ‘이열치열’ 체험 관광지로 주목받았다. 일본 도쿄는 6월 한 달 동안 낮 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이 관측 이래 가장 많았으며,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같은 달 셋째 주에만 전국적으로 18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고, 도쿄 소방청 관할 지역에서만 300명 이상이 병원에 이송됐다.

기상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고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 축적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했고, 이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엘니뇨까지 겹치며, 올해 여름은 전례 없는 폭염이 지구 전역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86%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기후 한계선을 임시적으로라도 초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다가올 미래, 폭염은 새로운 일상이 된다

지금의 폭염은 시작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앞으로는 훨씬 더 강력하고 장기적인 폭염이 빈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의 여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 기후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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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일상화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인명 피해다. 온열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 등의 악화로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유럽에서만 폭염으로 약 7만 명, 2022년에는 6만 1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제연구기관들은 유럽이 다른 대륙보다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연평균 6만 8천여 명, 2050년까지 12만여 명으로 폭염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온과 가뭄은 농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식량난과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쌀 작황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전력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텍사스에선 전력망이 과부하로 마비될 위기에 놓였고, 도시 곳곳에서는 아스팔트가 녹고 변압기 과열로 정전이 발생하는 등 도시 인프라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폭염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냉방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취약계층은 고온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야외 노동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주거 불안정도 가중된다. 미국에선 모기지 비용 대비 보험료가 9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고, 기후 위험이 큰 지역에서는 보험사가 계약을 철회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가 이제 재난을 넘어 실질적 생활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폭염이라는 현실 앞에서 안이한 대응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폭염에 맞설 실질적인 적응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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