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 전국 마비…18명 사망, 이재민 1만4천 명
기후위기 '적응'의 시대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연이은 집중호우가 한반도를 덮치며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켰다.
한반도 상공에 정체한 강력한 비구름대는 전국 각지에 폭우를 쏟아내며 도로 침수, 차량 고립, 지하철역과 상가 침수 등 도시 기능을 마비시켰다. 하천 범람과 산사태가 잇따르면서 주택이 붕괴되거나 매몰됐고, 주민들은 긴급 대피에 나서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번 집중호우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급변하는 기후 상황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극한 기상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재난을 일상화하고 있다”며,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 반복되는 물폭탄, 멈춘 도시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걸쳐 기록적인 강수량을 동반하며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켰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7월 한 달 예상 강수량의 약 70%가 단 3일(7월 16~18일) 동안 집중돼 쏟아졌고, 전북·충남·경남 등 남부 내륙과 산간 지역에도 예년을 훨씬 웃도는 폭우가 이어졌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폭우가 집중된 양상은 과거 장마와는 전혀 다른, 국지적·돌발적 재난 형태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주요 도로와 지하철역이 침수되고 시민들이 고립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전북 고창과 충남 부여, 경남 산청 등지에서는 하천 범람과 산사태로 주택이 붕괴되고 주민이 매몰되거나 대피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큰 피해가 잇따랐다. 농경지와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이 무너져 일상생활과 물류가 마비되는 등 전국 곳곳이 사실상 재난 상황에 빠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7월 21일 오전 10시 기준 18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으며, 전국에서 총 9,887세대 1만 4,41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653세대는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시설 1,999건, 사유시설 2,238건 등 총 4천 건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고, 4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도로와 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의 기능 상실도 심각해 범정부 차원의 복구 체계로 전환된 상태에서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 기후 재난의 상시화…이제는 ‘적응’이 생존 조건
이번 폭우의 주요 원인으로 기상청은 "고수온 해수면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한반도 상공에 고립돼 강한 정체전선을 형성한 점"을 지목했다. 좁은 지역에 구름이 머물며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현상은 전통적인 장마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상 패턴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제 '이례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기후위기가 재난의 빈도와 강도를 일상화시키고 있다"며, "해양 온도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국지적이지만 매우 강력한 폭우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기후 적응형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같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투수성 포장'이나 '하천 제방 보강' 등의 노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 설계와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