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뜨거운 여름날, 도시의 가로수 그늘은 시원한 피난처가 되어준다.
하지만 사막 기후 지역에서는 가로수의 냉각 효과가 사정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막연구소(DRI) 연구팀이 사막 지대에서 가로수가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환경 연구: 기후(Environmental Research: Climate)'에 게재됐다.
◆ 가로수의 냉각 메커니즘과 사막의 현실
나무를 포함한 식물은 그늘을 만들어 직접적인 햇빛을 차단하는 것 외에도, 잎에서 수증기를 배출(증산 작용)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해 기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식물을 활용한 기온 저하는 한국처럼 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매우 효과적이며, 여름철 창문 밖에 나팔꽃이나 오이 같은 덩굴식물로 '녹색 커튼(그린 커튼)'을 만들어 냉방 효과를 얻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사막 기후 지역에서는 상황이 복잡하다. 자연적인 수원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식물이 거의 자생하지 않는다는 문제와 함께, 귀한 물을 절약하면서 식물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과제가 따른다. 이에 사막연구소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사막에서도 가로수의 냉각 효과가 유효한지 분석했다.
◆ 라스베이거스 시뮬레이션 결과: 밤에만 효과, 물 소비는 '고민'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대상으로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를 선정했다. 많은 사람이 라스베이거스를 카지노 리조트 도시로만 생각하지만, 위성 사진으로 보면 광대한 모하비 사막에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이 라스베이거스 곳곳에 서로 다른 종류의 가로수를 심었을 때의 기온 변화를 계산한 결과, 가로수를 심으면 야간 기온을 섭씨 1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반면, 낮 시간대에는 기온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체리나무는 오크나무에 비해 3배의 냉각 효과를 지녔지만, 필요한 물의 양도 3배나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의 일원인 후안 헤오나(Juan Geuna)는 "나무는 큰 그늘을 제공하고 탄소 저장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공기를 식히려면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며 "라스베이스와 같이 덥고 건조한 도시에서는 가로수의 장단점을 명확히 인식한 후 식재에 적합한 수종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