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가 사회 안전에 미치는 영향 주목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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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내 녹지 공간이 경찰의 치명적 총격 사건 발생을 감소시키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콩대학교 빈 장(Bin Jiang) 박사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 3,108개 카운티에서 발생한 경찰 총격 사망 사건 5,000건 이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 사회과학 학술지인 '세이지 저널(SAGE Journals)'에 실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AGE Jour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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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경찰에 의한 중대한 총격 사건이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가운데, 빈 장 박사 연구팀은 경찰관의 발포가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례와 사건 발생 지역의 자연 환경 간 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경찰 폭력 관련 데이터를 지리적으로 정리한 3개 데이터베이스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 3,108개 카운티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추출했고, 이 중 총격으로 사망한 5,000건 이상의 사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각 지역의 녹지 양을 정량화하기 위해 지구 관측 위성 ‘랜드사트 8호’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사계절의 위성 화상에서 정규화 식생 지수(NDVI)를 산출해 각 카운티의 연간 녹지 수준을 계산했다. 더불어 인구 동태, 경제 상황, 폭력 범죄율, 총기 규제, 총기 소유율, 인종 격리 정도, 도시 개발 수준 등 경찰 총격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도 함께 고려했다.

분석 결과, 녹지 지수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경찰에 의한 치명적 총격 사건이 약 15% 감소하는 일관된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이 연관성은 범죄율, 인구 밀도, 경제 지표 등 다른 변수들과 무관하게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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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장 박사는 "경찰의 치명적 총격과 녹지 공간 사이의 의미 있는 연관성을 보고한 첫 연구"라며 "녹지의 양과 질이 지역 안전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효과는 인종, 소득, 인구 밀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변수와 독립적으로 관찰됐으며, 특히 사회경제적 빈곤도가 높은 지역과 도시화가 진행된 곳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도시 내 녹지 공간이 사회 안전을 증진하는 데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녹지 공간이 경찰 총격 사건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메커니즘으로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녹지는 주민과 경찰 모두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완화해 긴장 상황으로의 비화 가능성을 줄인다. 

둘째, 잘 관리된 녹지 환경은 해당 지역이 안전하고 질서 있는 곳임을 경찰에게 인식시켜 위험 대응 태도를 완화할 수 있다. 

셋째, 녹지는 주민 간 사회적 교류와 공동체 의식을 촉진해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이에 따라 경찰 개입이 필요한 긴급 상황 발생 빈도를 줄인다.

공동 저자인 윌리엄 설리번(William C. Sullivan)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 안전이 시민, 경찰,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결속에 깊이 연결돼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공원, 가로수 등 특정 녹지 유형의 효과와 주민들의 인식 및 활용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도시의 녹지 공간이 사회적 안전과 치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미관이나 환경적 효과를 넘어, 시민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 유대를 높여 갈등 상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녹색 인프라의 중요성을 다시 조명하고, 도시 계획과 정책 수립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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