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다육식물이 등장했다. 단 몇 분간의 햇빛 충전만으로 최대 2시간 동안 발광하며, 제작 비용은 10위안(약 1,900원)에 불과하다. 작은 실험실 아이디어가 도시 조명과 생활 환경을 바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빛을 품은 식물, 이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발광 장치로 진화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자연과 기술의 새로운 결합"으로 정의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게재됐다.
◆ 다육식물에서만 구현된 선명한 빛
연구의 핵심은 잔광성 인광체 입자다. 연구팀은 이 입자를 다육식물의 잎 조직에 직접 주입했는데, 직경 약 7마이크로미터(μm)로 크기를 맞춘 것이 성패를 갈랐다. 이는 적혈구와 비슷한 크기이며, 식물 조직 내에서 고르게 퍼지면서도 충분히 밝은 빛을 낼 수 있었다. 나노 수준으로 작으면 빛이 약해지고, 입자가 크면 확산이 어려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비슷한 방법을 청경채, 스킨답서스 등 다른 식물에도 적용했으나, 뚜렷한 발광은 다육식물에서만 확인됐다. 연구팀은 "다육식물 잎의 좁고 균일한 채널 구조 덕분에 입자가 빠르게 퍼지고 빛이 전체에 고르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류수팅(Shuting Liu) 교수는 "입자가 퍼지는 순간 잎 전체가 단숨에 빛으로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발광은 주사 후 햇빛이나 LED를 몇 분 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타났다. 이렇게 충전된 다육식물은 최대 2시간 동안 녹색·적색·청색 등 다양한 색으로 빛을 발했다. 특히 녹색 발광은 가장 밝고 오래 유지됐다. 연구팀은 같은 잎에서 부위별로 서로 다른 색을 조합하는 데도 성공해, 작은 식물이 다채로운 무지개빛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실험은 한두 개체에서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56개의 다육식물을 조합해 "빛나는 식물 벽"을 제작했고, 이는 주변 사물을 비추거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밝기를 냈다. 연구실 한편에 작은 "아바타 숲"이 구현된 순간이었다.
◆ 저비용·친환경 조명으로의 가능성
경제성도 주목된다. 다육식물 한 개체를 준비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 비용은 10위안(약 1,900원)에 불과했다. 이는 인건비를 제외한 재료비로, 기존 유전자 변형 방식보다 훨씬 간단하고 저렴하다.
또한 발광 능력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주사 후 10일이 지나도 입자가 식물 내에서 안정적으로 남아 있어, 빛을 다시 충전하면 발광이 가능했다. 초기 단계지만, 인공 소재와 생명체가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다.
향후 활용 범위는 넓다. 도시의 가로수나 공원 조명, 실내 장식이나 정원 등 낮은 강도의 조명이 필요한 공간에서 전력 소모 없는 친환경 대안이 될 수 있다. 탄소 저감과 에너지 절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류 교수는 "영화 '아바타' 속 숲처럼, 스스로 빛나는 생명체가 도시의 길을 밝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자연 기반 조명 기술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육식물 외에도 다양한 식물 종에 기술을 적용해 가능성을 탐색할 계획이다. 자연의 구조와 인공 소재가 얼마나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지, 그 접점에서 어떤 새로운 기능이 창출되는지를 밝히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