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사막의 뜨거운 땅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재채기를 반복하는 도마뱀이 있다.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북부 건조 지대에 서식하는 '척왈라(Chuckwalla)'다. 납작하고 통통한 체형을 가진 이 도마뱀은 재채기를 하며 코로 소금을 뿜어낸다.
보스턴 과학박물관에서 척왈라 '로키(Rocky)'를 돌보는 사육사의 일과 중 하나는 유리벽에 묻은 콧물을 닦아내는 일이다. 하얀 얼룩처럼 보이는 흔적은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재채기와 함께 뿜어낸 콧물이 말라붙은 것이다. 사육사들은 농담처럼 이를 '소금(salt)'과 '콧물(snot)'을 합친 '스날트(snalt)'라고 부른다.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Alert)에 따르면, 이 짠 콧물이야말로 척왈라가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밀이다.
◆ 소금 식단, 재채기로 해결
척왈라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선인장 같은 식물에서 수분을 얻는다. 문제는 이 식물에 염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그대로 섭취하면 체내에 소금이 쌓여 탈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척왈라는 혈액 속 염분을 걸러내는 염류선(salt gland)을 발달시켰다. 염분이 일정량 쌓이면 재채기와 함께 코로 강하게 배출한다.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할 경우 수분 손실이 커지지만, 재채기를 통한 배출은 체내 수분을 아낄 수 있다. 사막 환경에서 물을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척왈라에게는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다.
◆ 사막의 이중 생존 전략
척왈라는 해안 근처에서 소금을 뿜어내는 다른 파충류와 달리 데스밸리 같은 척박한 암석지대에 산다. 여름에는 49도까지 오르는 더위 속에서도 낮 동안 활발히 활동하고, 겨울에는 동면에 들어간다.
천적이 다가오면 좁은 바위 틈에 몸을 밀어 넣은 뒤 폐를 부풀려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독특한 방어법도 사용한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습성이 단순한 위장술이 아니라 사막에서 살아남는 핵심 전략으로 평가한다. 염분을 재채기로 배출하고, 몸을 부풀려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 결합된 이중 생존 전략이다.
비슷한 생존 방식은 바다에 사는 도마뱀에서도 발견된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바다이구아나(Marine iguana)는 해조류를 먹으며 몸에 쌓인 소금을 코로 내뿜고, 망그로브 숲에 사는 왕도마뱀은 바닷물을 마신 뒤 과잉 염분을 분사한다. 환경은 다르지만, 수분을 유지하고 염분을 조절해야 하는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적응은 닮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