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북극 얼음 속 단세포 생물인 '규조류(Arctic diatom)'가 영하 15도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간 북극 얼음 속 규조류는 휴면 상태로 여겨졌지만,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와 알래스카대 연구팀 관찰에서 예상과 달리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새롭게 확인됐다.
*규조류(Arctic diatom): 세포 외피가 규산질로 덮여 있고, 세포 내 엽록체로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조류다.
이번 연구는 규조류가 속한 진핵세포가 극저온에서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 얼음 속 미세한 수로에서 살아가는 규조류
연구팀은 2023년 여름, 북극 추크치해 인근 12곳에서 얼음 코어를 채취했다. 선박 위에서 개발한 현미경으로 얼음 내부를 관찰하고, 실험실에서는 북극의 얇은 담수층과 차가운 염수층을 재현한 페트리 접시에서 규조류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북극 얼음은 형성 과정에서 소금이 배출되며, 내부에 미세한 액체 통로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재현하기 위해 얼리는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넣어 마이크로 유체 채널을 만들었다. 규조류는 세포 내 엽록체로 광합성을 하며, 규산질 외피로 덮인 단세포 생물이다.
◆ '빙판 위 스케이트'처럼 미끄러지는 규조류
온도를 점차 낮추며 규조류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좁은 얼음 통로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활발히 이동했다. 특히 영하 15도에서도 움직이는 것이 확인돼, 진핵세포가 기록된 최저 온도에서 움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스탠포드대 생명공학 준교수 마누 프라카슈(Manu Prakash)는 "규조류가 기온이 마이너스 15도까지 내려가도 활발히 이동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규조류는 몸을 비틀거나 다리를 쓰지 않고, 표면을 미끄러지듯(gliding) 이동한다. 달팽이 점액과 비슷한 점액을 표면에 남기고 이를 끌어당기면서 앞으로 나아가며, 그 힘은 아크틴(actin)과 미오신(myosin)이라는 단백질이 근육처럼 움직이면서 만들어진다. 이 덕분에 극한의 차가운 환경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북극 규조류는 온대 지역 친척 종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며, 이는 극한 환경에서 진화적으로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프라카슈 준교수는 "북극 얼음 표면은 흰색이지만, 그 아래는 규조류로 인해 선명한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미생물이 아니라, 얼음 아래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요한 존재"라며, 이번 발견이 얼음 형성 과정과 북극 생태계, 나아가 기후 변화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