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알코올은 기분을 좋게 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간 손상을 누적시킨다.
최근 연구는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가 장내 세균의 간 이동을 촉진해 손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연구팀은 인간 간 조직과 알코올 관련 질환 모델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하며, 알코올이 장과 간 사이 면역 방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만성 알코올 섭취가 소장의 특정 단백질인 mAChR4 생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장내 면역 방어와 알코올 악순환
mAChR4는 장 점막의 컵세포가 형성하는 ‘항원 전달 통로(GAP)’를 활성화해 장내 세균이 장벽을 넘어 이동하지 못하도록 돕는다. GAP는 장내 물질을 면역 세포에 전달하며, 장 밖으로 새어나오는 세균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율한다.
연구팀은 알코올이 mAChR4를 억제하면 GAP 형성이 감소하고 면역 기능이 떨어지며, 장내 세균이 간으로 침투해 염증과 손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 간 조직과 생쥐 모델 모두에서 이 현상이 확인됐으며, 장내 단백질 기능을 회복시키면 GAP가 재형성되고 면역 기능이 회복되며 간 손상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장-간 면역 상호작용이 알코올 관련 간 질환(ALD)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GAP 형성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mAChR4를 직접 활성화하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관련 신호 경로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물론 가장 직접적 효과는 음주를 줄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 뇌와 장, 알코올 관련 질환 연결
mAChR4 단백질은 장뿐 아니라 뇌에서도 습관과 중독을 조절하는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의 뇌에서는 이 단백질 발현이 낮으며, 현재 정신질환 치료용으로 개발 중인 약물이 향후 알코올 관련 질환과 간 손상 예방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mAChR4 단백질 회복이 단순히 간세포 보호를 넘어, 장내 세균에 대한 면역 감시를 복원해 염증과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GAP 형성을 통한 면역 조절은 장내 세균 균형 유지뿐 아니라 간을 포함한 전신 장기 건강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알코올 관련 간 질환 이해를 확장하고, 장내 면역과 신경-면역 상호작용을 치료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mAChR4 활성화 약물이나 관련 신호 경로 조절제를 활용한 임상 연구가 진행될 경우, 알코올로 인한 간 질환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