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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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GLP-1 계열 약물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 질환과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며 의료계와 제약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같은 약물은 건강 수명을 연장할 잠재력을 인정받지만, 늘어나는 부작용과 고가의 약가는 이러한 혁신에 그림자를 드리며 사회적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 GLP-1, '꿈의 약'으로 진화?

GLP-1 약물은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진을 통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활용 폭이 넓어졌다. 최근에는 치료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뇌졸중협회(ASA)는 GLP-1 약물이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을 동시에 지닌 환자의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을 최대 20% 줄인다고 권고했다.

항염증 효과를 기반으로 지방간, 만성 콩팥병은 물론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효능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12%, 정신질환 위험은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 경로 조절을 통해 광범위한 만성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며,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 치료 가능성도 거론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ovo Nord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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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잠재력에 힘입어 GLP-1 약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약 8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시장은 2028년 46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고비를 보유한 노보 노디스크와 마운자로를 개발한 일라이 릴리는 글로벌 제약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는 2024년 10월 15일 정식 출시됐고, 마운자로 도입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 '위험한 특권'…부작용과 비용의 경고등

하지만 '꿈의 약' 뒤에는 적지 않은 우려가 존재한다. 위고비가 국내 시판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보고된 이상반응은 총 143건으로, 초기 3개월(49건)보다 이후 3개월(94건)에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주요 증상은 구역(29건), 구토(22건), 설사(15건), 두통(13건)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었으며, 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으로 분류됐다. 식약처는 약물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급성 췌장염이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마운자로 복용 후 췌장염 관련 보고가 급증하자 GLP-1 계열 약물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실제로 영국 보건당국(MHRA)에서는 관련 약물 복용자 중 10명의 췌장염 사망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MHRA는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환자들에게 부작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촉구하는 한편, 유전적 요인이 췌장염 발생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일부 사례는 유전적 요인이나 고용량 처방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세마글루타이드를 포함한 약물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은 비동맥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발생 빈도는 약 1만 명 중 1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무분별한 사용과 오남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고비는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일부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제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 등 취약 계층에서의 남용 가능성은 저혈당이나 저혈압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대응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용도 장애물이다. 위고비 4주분의 기준 약가는 37만 2,025원이지만, 병원 진료비와 유통 마진을 포함하면 실구매가는 50만~80만 원에 달할 수 있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환자 부담이 큰 현실은, 치료제가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 약물은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평가할 수 있으며,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약물의 효과와 함께, 안전성과 접근성에 대한 공적 기준이 마련될 때 이 약이 진정한 ‘건강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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