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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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초가공식품이 많으면 체중이 늘고, 정자 질이 떨어지는 등 남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NNF기초대사연구센터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이 단순히 칼로리 과잉 때문인지, 아니면 가공 자체가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게재됐다.

◆ 초가공식품, 같은 칼로리도 건강에는 타격

연구팀은 20~35세 남성 43명을 대상으로, 총 섭취 칼로리의 77%가 초가공식품인 식단과 66%가 비가공식품인 식단을 각각 3주 동안 제공했다. 두 식단 모두 칼로리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량은 같았다. 식단 사이에는 3개월 휴지기를 두어 이전 식습관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참가자 각자가 두 가지 식단을 모두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개인차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초가공식품의 순수한 효과를 측정할 수 있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ell Metabo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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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초가공식품 비율이 높은 식단을 섭취한 참가자들의 체지방이 평균 1kg 증가했고, 혈관 건강 지표도 악화됐다. 혈액 내 플라스틱 가소제 성분인 ‘프탈레이트 cx-MINP’ 농도도 우려할 수준으로 상승했다.

◆ 체중·호르몬·정자 건강까지 흔든 실험 결과

생식 건강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초가공식품 식단을 섭취한 참가자들은 테스토스테론과 난포자극호르몬 수치가 감소했고, 정자의 운동성과 질에서도 저하가 확인됐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는 남성 정자 수 감소와 맞물려 우려를 더한다.

연구팀은 특히 호르몬 수치와 정자 질의 변화가 단기간 내에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초가공식품이 장기적인 대사 및 생식 건강에 미칠 잠재적 위험을 보여주며, 단순한 칼로리 계산만으로는 건강을 평가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 건강 가이드라인 재검토 필요

연구를 주도한 제시카 프레스턴(Jessica Preston)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의 가공 특성 자체가 생식과 대사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로만 바레스(Roman Bares) 교수는 "건강한 젊은 남성조차 이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충격적이며, 장기적 건강을 위해 식품 가이드라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초가공식품이 대사·호르몬·생식 건강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칼로리 계산을 넘어, 식품 선택이 건강 전반에 직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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