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숨이 찰 만큼 뛰거나 무거운 기구를 들어야만 운동이 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산책, 간단한 요가, 가벼운 스트레칭처럼 거의 힘들이지 않는 움직임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존 제로(Zone Zero)' 운동의 건강 효과에 대해, 영국 버밍엄대학교 스포츠·운동과학 조교수 톰 브라운리(Tom Brownlee)가 호주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해설했다.
◆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건강 습관
존 제로 운동의 핵심은 낮은 강도로, 숨이 차지 않을 정도로만 움직이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페달을 밟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워밍업 속도보다 느린 페이스로 달리거나, 걸어도 운동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걷는 것, 간단한 요가나 주방에서 잠깐 하는 스트레칭, 정원을 어슬렁거리는 활동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심박수 기준으로 보면, 일반적인 지구력 트레이닝에서 존 1은 최대 심박수의 50~60% 정도로 정의되지만, 존 제로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별도의 훈련 구간으로 볼지 논란이 있지만, 최근에는 '아주 가벼운 활동'을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통용되며 놀라운 건강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 운동 조언은 '더 세게, 더 빠르게'라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고령자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 부상 후 재활 중인 사람에게는 부담이 된다. 존 제로 운동은 이렇게 낮은 강도에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어 운동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 조용하지만 강력한 효과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아주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혈액순환 개선, 혈당 안정, 정신 건강 향상 등 여러 건강 지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매일 30분 정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심혈관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격한 훈련 사이 회복용으로 이런 운동을 활용하며, 일반인도 퇴근 후 소파에 눕는 대신 짧은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하면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존 제로 운동의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장점에도 주목한다. 높은 목표를 세우다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담이 적은 활동을 지속하면 수개월~수년에 걸쳐 수면 질 향상, 기분 개선, 만성질환 위험 감소 같은 효과를 쌓을 수 있다.
물론 마라톤 완주나 체력 대폭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고강도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힘든 운동 아니면 의미 없다’는 극단적 사고를 버리고, 존 제로를 선택지에 추가하면 건강 증진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장비나 스마트워치 없이도 가능한 간단한 운동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루 종일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생활이 일반적인 현대 사회에서, 이런 가벼운 움직임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엘리트 선수의 회복 훈련이든, 퇴근길 짧은 산책이든, 결국 '가장 느린 속도가 가장 멀리 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존 제로 운동의 교훈이다.
브라운리 조교수는 "존 제로 운동은 자기 최고 기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방식을 재정의하는 것"이라며, "의지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계속 움직이며 자신의 몸과 연결되고, 오래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