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의 폐·혈액·태반 등 인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심각한 건강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 고환을 분석한 연구 결과, 모든 샘플에서 높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독성 과학(Toxic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최근 남성 정액에 포함된 정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2022년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난 40년 간 남성 정자 수는 1mL당 1억120만 개에서 4900만 개까지 51%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정자 수 감소로 직면하는 대표적 문제는 불임증 증가다.
정자 수 감소에 대한 세부적 내용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양한 화학물질이 환경 속에서 혼합돼 악영향이 확대되고, 여러 세대에 걸쳐 화학물질에 누적 노출되어 정자 수가 세계적으로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멕시코대 간호대 샤오정 유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고환이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됐는지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검체를 최장 7년간 보관하는 뉴멕시코주 의사조사국에서 2016년 사망한 16~88세 남성 23명의 생식기를 분석했다. 이후 사람과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는 개와 비교하기 위해 인근 동물보호시설과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받은 반려견 47마리의 고환과 비교했다.
샘플 연소시 발생하는 가스를 분석하는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질량 분석법'으로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확인한 결과, 사람과 개 모든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특히 사람의 고환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는 체조직 1그램(g)당 329.44마이크로그램(㎍)으로 태반에서 발견된 평균 농도보다 훨씬 높았다. 개 고환의 미세 플라스틱은 1g당 122.63㎍이었다. 즉, 사람의 고환에는 동물의 고환보다 3배나 높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당초 생식기에 미세플라스틱이 침입할 수 있는지 반신반의했다. 동물 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 놀랐고, 사람의 검출 수준을 듣고는 더 놀랐다"고 말했다.
사람과 개의 고환 샘플에서 총 12종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폴리 봉투와 페트병 원료이자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인 폴리에틸렌(PE)이었다.
연구팀은 화학 처리로 정자 수 확인이 불가능한 사람 대신, 개 정자 수와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비교했다. 그 결과 PE는 무관했지만, 두 번째로 많은 미세플라스틱인 폴리염화비닐(PVC)의 샘플 내 농도가 높을수록 정자 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PVC는 정자 형성을 방해하는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방출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중에는 내분비 교란 물질도 포함돼 있다.
개는 쥐 등 다른 동물에 비해 정자 형성 과정이 인간과 가깝고 농도도 비슷하다. 최근 개의 정자 수가 사람처럼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공통의 환경 요인이 원인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유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고환에서 정자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의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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