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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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장기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부부는 신체 건강에서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정신 건강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며, 특정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배우자도 유사한 질환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네이쳐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Human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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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 선택과 환경, 정신질환 유사성에 영향

국제 연구팀은 대만, 덴마크, 스웨덴 등 세 나라에서 600만 쌍 이상의 부부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현병, ADHD, 우울증, 자폐, 불안, 양극성 장애, 강박장애, 물질 남용, 거식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서 배우자 간 상관성이 우연히 나타날 확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과 두 개의 북유럽 국가에서 9가지 정신질환에 대한 부부 간 상관성을 비교한 연구. 남성 파트너(왼쪽)와 여성 파트너(오른쪽)를 기준으로 상관성을 나타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Human Behavior
대만과 두 개의 북유럽 국가에서 9가지 정신질환에 대한 부부 간 상관성을 비교한 연구. 남성 파트너(왼쪽)와 여성 파트너(오른쪽)를 기준으로 상관성을 나타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Human Behavior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배우자 상관(spousal correlation)’이라 명명하며, 종교 신념, 정치 성향, 학력, 물질 사용 등에서 이미 알려진 상관 패턴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부부 간 정신질환 유사성이 나타나는 이유로 세 가지 요인, 즉 동질적 선택, 제약 요인, 생활 공유를 제시했다.

첫째,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과 특성을 가진 상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과 관련한 행동, 인지 특성, 성격적 요인이 이러한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배우자 선택에는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제약이 따른다. 특정 환경과 사회적 집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유전적·환경적 특성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습관, 사고방식, 정서 상태가 닮아가는 현상도 작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세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정신질환, 부부에서 자녀로 이어지다

이번 연구에서는 국가별 문화와 의료 체계가 다름에도 전반적인 상관성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만 강박장애, 양극성 장애, 거식증에서는 일부 차이가 확인됐다. 특히 대만 데이터를 보면, 부모 모두 같은 정신질환을 가진 경우 자녀에게 해당 질환이 나타날 위험이 높았다. 

이는 정신질환 유전 연구에서 흔히 가정하는 ‘배우자 선택이 무작위적이라는 전제’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정신질환 발병 원인을 이해하고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이라며 "특정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경향을 고려하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보다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고, 자녀 발병 위험 평가에도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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