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자궁 플랫폼으로 착상 과정 포착, 불임 치료 새 해법 기대

인공 자궁에서 촬영된 인간 배아 착상 과정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BEC
인공 자궁에서 촬영된 인간 배아 착상 과정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IBEC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 생명의 시작을 여는 착상 과정이 세계 최초로 실시간 영상에 담겼다. 배아가 자궁 내막에 자리 잡는 순간을 직접 기록한 이번 연구는 불임 치료와 체외수정 성공률 향상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착상은 임신 성립의 결정적 단계로, 실패할 경우 전체 유산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간 배아의 착상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생식의학 발전을 앞당길 단초로 평가된다.

◆ 인공 자궁에서 드러난 '침투의 힘'

연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카탈루냐 생명공학연구소(IBEC)에서 수행됐다. 총괄 책임자인 사무엘 오호스네그로스(Samuel Ojosnegros) 박사는 IBEC 내 '생식 건강을 위한 생명공학' 그룹 리더로 실험을 이끌었다. 연구팀은 자궁 내막의 외층을 모방한 3차원 인공 플랫폼을 개발해, 배아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

아래 영상은 실제 촬영된 장면이다. 인간 배아는 주변 콜라겐을 자신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며 조직 속으로 파고드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다음 영상은 마우스 배아와 인간 배아의 착상 과정을 비교한 것이다. 마우스 배아는 자궁 내막의 표면에 부착하는 반면, 인간 배아는 조직 깊숙이 침투해 완전히 파고들었다. 이 과정에서 효소를 분비해 주변 조직을 분해하는 동시에, 강한 힘을 가해 자궁 조직을 밀고 당기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아래 영상은 인간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모습을 위와 옆에서 동시에 기록한 것이다. 화면 위쪽은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아래쪽은 옆에서 본 모습으로, 배아가 자궁 조직 속으로 파고드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연구팀은 착상 성공 여부가 배아가 주위 기질을 얼마나 적절히 변위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 자궁 수축과 같은 외부 힘도 착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오호스네그로스 박사는 "인간 배아는 자궁 조직 속으로 들어가며 놀라울 만큼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는 모체 혈관과 연결돼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아멜리 고도(Amélie Godeau)는 "배아는 자궁 조직을 당겨 재배치하면서, 외부 물리적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자궁 수축이 착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불임 치료와 생식의학에 새 길 연다

연구팀은 인간과 마우스 배아를 동시에 분석해 종별 차이도 확인했다. 마우스 배아는 자궁이 주름지며 감싸는 방식으로 착상하지만, 인간 배아는 자궁 조직을 스스로 밀고 들어가 완전히 잠입한다. 이는 인간 착상이 다른 종보다 실패 위험이 크고, 생식 과정이 특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착상 이후 배아 세포가 임신 지표가 되는 호르몬을 생성하는 과정도 검증됐다. 배양 2일 후 평균 109.5ng/ml 수준의 호르몬이 검출되며, 초기 임신 환경이 실험실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공동저자 안나 세리올라(Anna Seriola)는 "이번 플랫폼으로 착상 역학을 수치화하고, 배아가 남기는 기계적 흔적을 실시간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IBEC을 비롯해 바르셀로나 대학교, 텔아비브 대학교, IRB 바르셀로나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해 수행됐다. 특히 스페인 데세우스 병원 생식의학과는 연구용으로 기증된 배아를 엄격히 선별해 제공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다.

연구팀은 착상 과정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것이 불임 치료, 배아 선별, 체외수정 과정 최적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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