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식량, '덩어리 고기'로 한걸음 더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rends in Bio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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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구온난화와 식량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주목받아온 배양육 기술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까지의 배양육은 작고 얇은 고기 조각을 모아 붙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스테이크나 너겟처럼 두툼하고 결이 살아있는 ‘덩어리 고기’ 구현은 어려웠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세포 깊숙이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인공 혈관 시스템의 부재였다.

하지만 최근, 일본 도쿄대학교 다케우치 쇼지(竹内昌治) 교수 연구팀이 살아 있는 조직처럼 영양분을 순환시킬 수 있는 ‘튜브형 조직 구조’를 통해 그 한계를 돌파했다. 이들은 가로 7cm, 세로 4cm, 두께 2.25cm 크기의 무게 11g에 달하는 배양 닭고기 조직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배양육이 구조적 완성도 면에서 고기와 닮아가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트렌드 인 바이오테크놀러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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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양육에 생명 불어넣는 인공 ‘혈관’ 구조

연구팀은 가정용 정수기 필터나 투석기에 사용되는 속이 빈 섬유(hollow fiber)를 활용해, 마치 혈관처럼 작동하는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 섬유들을 균일하게 배치한 뒤 닭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세포가 두껍고 촘촘하게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이 방식을 통해 약 11g의 배양육 덩어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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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술은 기존처럼 얇은 조각을 붙여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큰 조직을 통째로 배양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섬유결, 밀도, 식감 측면에서 실제 고기와 유사한 구조를 구현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다케우치 교수는 "두꺼운 조직 내부까지 안정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기술은 식량뿐 아니라 재생의학, 바이오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아직 식탁엔 이르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

이번에 만들어진 배양육은 식용 등급은 아니며, 연구진 역시 직접 맛을 보진 않았다. 또한 세포 배양에 사용된 섬유는 식용이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했다. 향후에는 이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식용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이번 성과는 배양육이 단순한 실험실 개념을 넘어 진짜 식품으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머지않은 미래, 식물성 고기를 넘어 진짜 고기와 구분하기 어려운 실험실 배양육이 식탁을 채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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