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오현석 회계사ㅣ보조금은 국민의 혈세이다. 정부가 발표한 보조금 규모는 2023년 이후 100억원을 넘었다. 우리정부의 예산 규모를 볼 때 그 액수는 예산의 16% 수준이다. 이중 80% 이상은 지자체에 보조금으로 지급되는데 그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예산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사회복지 분야가 60%에 달하고, 농림수산, 환경, 산업에너지, 문화관광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5대 분야가 보조금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알다시피 최근 과학기술 분야 보조금은 금액도 물론 비중도 크게 줄었다.
정부보조금의 규모가 이처럼 막대하다보니 보조금과 관련한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물론 보조금은 쌈지돈이 아니다. 한때 우리 대통령은 시급한 정부지출에 대한 재원을 언급하면서 정치보조금이니 카르텔보조금이니 하는 자극적인 언사로 국민들로 하여금 새삼 보조금을 들여다보게 했다. 이 말은 일견 자본주의 시장경쟁의 환경 조성을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취약 계층 보호나 정부 비효율 개선 등 보조금의 불가피한 역할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었다고 본다.
보조금의 법률상 정의는 정부가 지자체나 민간 등이 수행하는 업무나 사업에 대하여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인데,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으로 주는 것도 있고 상당한 반대급부 없이 주는 것도 있다. 용어는 단순하게 보조금이지만, 그 안에는 정부지출의 한 형태로써 다양한 의미와 역할이 담겨 있다. 필자가 만난 예산을 정하는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들도 그렇고, 심지어 필자처럼 재무행정을 공부한 사람도 보조금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산감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필자는 정부보조금에 대해 다양한 입장에서 경험하 기회를 갖는다. 현행 보조금법에서 규정하고는 있지만 효율적인 보조금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비롯한 보조금 예산의 관리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보조금 예산의 관리가 어려운 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포된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고, 규정의 해석도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고, 법정 절차를 단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실무상 인식이나 규정을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다양한 편법이 이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나 지방의회에서는 보조금 정산 검증인의 범위를 놓고 시비가 한창이다. 보조사업을 수행한 보조사업자는 실적보고서를 교부기관에 제출하면서 정산보고서를 첨부한다. 이때 보조사업자는 정산보고서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누가 할 수 있는지가 요지이다. 필자는 보조금법의 목적(제1조)처럼 보조금 예산의 적정한 관리를 도모하는 방법이라면 환영한다.
검증업무가 회계사일인지 세무사일인지를 논하는 방법으로 보조금 예산이 적정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보조금은 정의도 복잡하고 그 내용도 복잡하다. 어느 세무사가 회계사의 정산검증 부실이 보조금을 줄줄 새게 했다고 말한 걸 보면 보조금 현장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조차 보조금 부정수급을 정산검증과 연결시키는 걸 보면 행정감사와 회계검증도 구별이 쉽지 않다. 정부가 보조금 부정수급과 사용에 대한 점검 결과로 내놓는 대책이 정산검증 대상 확대였는데 이를 보면 제대로된 정산검증은 중요하다.
제대로된 정산검증을 논하자. 보조금의 이해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도 포함된다. 보조금 실무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이해가 상당히 중요하게 반영된다. 보조사업자는 경제적 측면에서 상대적 약자이다. 규제적 행정의 틀로서 만들어진 기존 보조금법을 개정하고 보조금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내보자.
법정 절차는 엄격하게 지켜야 하며 선출직 공무원의 이해에 부합하는 관행적 보조사업은 정비되어야 한다. 정산검증에도 회계감사의 다양한 검증절차 중 적정수준을 법정화하고 검증인에 대한 책임수준을 끌어 올려 보조금 정산검증이 한낱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