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오현석 공인회계사 이미지 출처 / 가람세무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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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오현석 회계사ㅣ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기에 태어난 선배 세대들은 정말 힘들게 살았다. 전쟁 상처로 인해 춥고 배고프고 고된 삶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자립하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궂은일을 맡았고 국가를 위해 해외 참전도 마다 않았다.

건강이 좋을 수가 없지만 아프다고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오로지 나 혼자 짊어질 삶이었다. 이들이 몸으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걸 부정할 이는 없다.

필자는 소위 586세대이다. 6.29선언이 나오기 전에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 문민정부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결실을 맺기 시작하던 때라 시대적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대학 때 사회참여로 공부만 할 순 없었지만 졸업하면서 취업 걱정은 크지 않았다. 우리 세대는 머리로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평가는 받고 있다.

부모 세대에 못지않게 이들의 자녀 세대와도 차이가 크다. 당연한 일이지만.

선배들은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자녀들에게도 엄격하다.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몸소 겪었기 때문에 자식들이 고생하는 걸 원치 않는다. 선배들은 새벽에 출근하고 밤늦도록 야근하면서도, 주말에도 출근하거나 모임으로 시간을 꽉 채우고 살았다.

자녀들은 엄격한 아빠가 무섭고 낯설었다. 부모로부터의 칭찬보다는 늘 지적과 훈계가 익숙하다. 이들 자녀 세대는 지금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되었다. 이들은 부모 세대로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점은 부모가 젊었을 때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족하다. 경제적 문제는 적었지만, 사회성은 쉽게 키우지 못했다.

586세대는 경제적으로는 선배들보다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살았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여행도 자주하고 대화도 비교적 많았다. 잘나가는 선배들 속에서 듣는 귀도 얻었고 자신이 바랐던 모습을 자식들에게 투영할 수도 있었다. 칭찬도 어렵지 않고 심부름 안 시키고 스스로 해결도 한다. 부부관계도 좋고 자녀들과도 친구처럼 어울린다. 하지만 우리의 자녀들도 개인적 성향이긴 매한가지다. 조금 다른 건 상대의 눈치를 많이 본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선배 세대이건 586세대이건 세금 없이 상속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상속세 대상이 되는 재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이 포함된다. 권리도 재산적 가치가 있다면 법률상이건 사실상이건 포함된다. 물론 물건과 권리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는 꽤 복잡하고 어렵다. 과세하는 국세청과 절세하려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비롯된 많은 해석과 규정이 세금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

최근 상속세 완화를 주도하려는 정치권이 모습과는 별도로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의 취지와 현실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사망한 배우자와 함께 살던 주택은 상속받은 배우자의 사망 시까지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속공제금액을 높이는 방식의 접근은 동의하기 어렵다. 상속세 제도는 법인의 청산소득에 대한 법인세와 비교할 수 있다. 자연인의 사망을 원인으로 한 미실현소득에 대한 상속세 과세는 조세정의에 부합한다.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말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상속세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미 충분한 공제제도를 갖고 있으며, 우리나라 세원 양성화 통계를 보더라도 비논리적이다.

우리 사회의 상속에 대한 논의가 재산상속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이론상 상속은 재산의 상속이 아닌 생애의 상속일 것이다. 출생에서 사망까지 자연인으로서 삶 전체를 나의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상속인은 법적으로는 배우자와 직계가족이지만, 나의 선택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누구도 될 수 있다.

선배 세대와 586세대는 전후 세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몸으로 나라를 만든 분들과 머리로 나라를 만든 사람들의 간극이 생각보다 커 보인다. 필자는 우리의 자녀세대가 이미 사회의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들에 의해 우리 사회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선배세대건 586세대건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미래를 생각하고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이미 팽배해진 사회긴장의 완화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국 역할에 대한 상호 이해와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소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세금 없는 상속이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사회상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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