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흰머리는 잔주름이나 관절통과 마찬가지로 노화의 징후로 여겨진다.
과연 흰머리를 검은 머리로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해설했다.
2021년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된 소규모 연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흰머리가 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흰머리가 원래 색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모발의 색소 손실 정도를 정량화하기 위해 고해상도 스캐너로 모발의 상세 이미지를 캡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실험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날과 머리카락의 색소가 급격하게 빠진 시점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중 한 명은 5가닥의 머리카락이 흰색에서 적갈색으로 단기간에 돌아왔는데, 이 시기 2주간 휴가를 통해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모발 색소가 다른 모발의 양만큼 회복돼 다시 원래대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 사례는 매우 희귀한 경우로,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흰머리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2021년 해당 논문의 공저자이자 미국 컬럼비아대 로버트 N. 버틀러 고령화센터 행동의학과 마틴 피카드 교수는 "시간의 화살은 한 방향으로 가며, 머리카락은 되돌릴 수 없는 이유로 색을 잃는다"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 혁명으로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머리카락이 사형 집행 직전 하얗게 변했다는 설이 있는데, 라이브 사이언스는 "하루나 며칠 동안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해서 머리 색깔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애미대 피부외과의 안토넬라 토스티 박사는 "흰머리에는 개별 스트레스보다 환경 요인이 더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흡연이나 대기오염 등 산화 스트레스는 흰머리가 될 위험을 확실히 높인다"고 말했다.
한편,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사는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생성되는 산화물질인 '프리라디칼'에 의한 세포 및 DNA 손상을 줄이고 노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증거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블루베리나 아몬드 등 항산화 물질을 포함한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흰머리 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또 개인적·환경적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해도 흰머리가 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절반 이상의 사람이 50세까지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며, 일찍 흰머리가 나는 사람 대부분은 스트레스보다 유전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23년 연구에서는 머리카락에 색을 입히는 역할을 담당하는 멜라노사이트(melanocyte) 줄기세포가 모낭 뿌리에서 움직이지 못해, 자라는 머리카락에 색을 입히기 위해 이동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흰머리의 원인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뉴욕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피부과의 요슈아 체히너 박사는 "가족이 일찍 흰머리가 난다면 당신도 일찍 흰머리가 날 수 있다. 흰머리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보지 못했다. 이는 모낭 자체에 항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흰머리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염색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