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가 밝힌 장미의 진화… 인간의 선택이 만든 꽃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빨간 장미, 흰 장미, 분홍 장미...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색의 장미들은 사실 하나의 색에서 시작됐다.
최근 유전체 분석 결과, 장미의 기원은 노란색을 띤 야생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미적 취향과 품종 개량이 수세기 동안 장미의 외형을 바꿔왔지만, 유전자는 본래의 색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 장미의 기원은 단일 꽃잎과 노란색
중국 베이징임업대학교 연구팀은 아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수집한 233종의 장미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 중에는 야생종과 현대 재배종 모두가 포함돼 있으며, 연구팀은 유전적 계통을 추적해 장미의 진화 경로를 되짚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보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장미들은 모두 단일 꽃잎에 노란색을 띤 야생 장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2025년 4월호에 게재됐으며, 장미 유전체를 계통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8세기 유럽에서는 중국 야생 장미가 대량 도입되며 유럽 재배종과의 교배가 활발히 이뤄졌고, 이를 통해 빨간색, 분홍색, 흰색 등 다양한 색과 형태의 장미가 탄생했다. 이때부터 장미는 인간의 취향과 상징성을 반영하는 감정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 유전적 다양성, 멸종과 진화를 가르는 열쇠
현대 장미 품종은 상업용 생화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그 화려한 외형 뒤에는 유전적 취약성이 숨어 있다.
소수의 재배종 품종을 반복적으로 교배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병해충 저항성과 기후 적응력은 약화됐고, 일부 품종은 특정 환경에만 적응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연구팀은 "야생 장미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형질을 지니고 있어, 이를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이 신품종 개발과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병해에 강하고 고온·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원시 유전자의 분석과 응용이 필수적이다.
이번 연구는 장미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선택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유전자의 분석을 통해 보여주며, 식물 다양성 보존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