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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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라면을 끓이다가 거품이 갑자기 부풀어 올라 깜짝 놀란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무심코 냄비 위에 나무주걱이나 나무젓가락 하나를 걸쳐두면, 신기하게도 맹렬하던 끓어오름이 잦아든다. 마치 마법 같은 이 현상, 정말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걱은 일시적으로 끓어넘침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구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 흥미로운 현상의 비밀은 호주 중앙퀸즐랜드대학교(CQUniversity Australia)의 식품학 전문가 제이 디건(Jay Deagon)과 교육학자 젬마 만(Gemma Mann)이 호주 과학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자세히 소개되었다.

◆ 맹물은 끓어도 넘치지 않는다? 범인은 재료 속 숨은 성분!

우리가 흔히 겪는 냄비 넘침은 순수한 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파스타, 쌀, 죽, 우유처럼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포함된 재료들이 주범이다. 이들 속의 전분과 단백질은 물과 만나 가열되면 빠르게 끓어오르며, 표면에 끈적한 거품 막을 형성해 냄비 밖으로 넘쳐 흐르게 만든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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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품은 단순한 수증기 방울이 아니다. 전분과 단백질 입자들은 물에 완전히 녹지 않고 미세하게 퍼진 콜로이드(colloid) 상태로 존재한다. 이 작은 입자들이 기포 표면을 감싸 점성이 매우 높은 막을 만들고, 그 기포들이 겹겹이 쌓이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결국 이 끈적한 거품 덩어리가 냄비 가장자리까지 밀려 올라오며 넘침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 나무주걱, 끓어오르는 거품의 '방해꾼'

그렇다면 냄비 위의 나무주걱은 어떤 역할을 할까?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유튜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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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주걱이나 나무젓가락은 기포가 닿는 순간 이를 터뜨리는 작용을 한다. 이는 나무의 상대적으로 낮은 표면 온도와 다공성 구조 덕분이다.

마른 나무는 스펀지처럼 내부에 미세한 공기 구멍이 많다. 끓어오른 거품이 나무에 닿으면, 수증기가 나무의 차가운 표면에서 응축되고, 그 틈으로 기포막이 터져 사라진다. 마치 풍선을 바늘로 찌르듯, 나무젓가락은 거품의 '진격'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나무도 수분과 열을 흡수해 냄비 속 액체와 온도가 비슷해지고, 다공성 구조 역시 젖은 전분과 단백질로 막혀 거품을 터뜨리는 역할이 줄어든다. 그래서 "소용없다"는 말도 상황에 따라 맞는 말이다. 효과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 조절'과 '주의'

끓어넘침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적절한 불 조절과 주의 깊은 관찰이다.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약간 열어두거나, 국자나 주걱으로 가끔 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냄비의 크기와 재료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불을 너무 세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라면처럼 잠깐 끓였다가 끝나는 요리의 경우, 나무주걱이나 나무젓가락을 냄비 위에 올려두면 일시적으로 거품이 넘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끓이는 요리에서는 효과가 점점 줄어든다.

기본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끓어 넘칠 기미가 보일 때 불을 약하게 줄이거나 잠시 꺼두고, 냄비를 살짝 옮겨 식히는 것이다. 주방을 깔끔하게 유지하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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