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층에 남은 강수 흔적… 과거 기후 복원의 단서

고대 화성에 비와 눈이 내린 뒤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수로의 상상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illustration
고대 화성에 비와 눈이 내린 뒤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수로의 상상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illustration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건조하고 거친 붉은 행성, 화성에 과거에는 비와 눈이 내렸을까? 

NASA의 화성 탐사 로버가 수집한 퇴적층에서 강수의 흔적으로 보이는 지질 구조가 확인되며, 과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퇴적층이 남긴 비의 기억

미국 퍼듀대학교 브리오니 호건(Briony Horgan) 연구팀은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Planet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게일 크레이터(Gale Crater) 지역의 퇴적층에서 비와 눈이 내렸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과거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강수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이 퇴적층은 약 35억 년 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화성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활동적이고 온난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로버 큐리오시티가 조사한 위치는 고대 호수 바닥으로 알려져 있어, 물의 흐름과 퇴적 작용이 오랜 시간 지속되었음을 보여준다. 

NASA의 Mars Global Surveyor 탐사선이 촬영한 화성 적도 인근 지형의 고도 지도.녹색과 황색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형, 붉은색과 갈색은 고지대를 의미하며, 고대 화성에서 물이 흐르며 지형을 형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NASA의 Mars Global Surveyor 탐사선이 촬영한 화성 적도 인근 지형의 고도 지도.녹색과 황색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형, 붉은색과 갈색은 고지대를 의미하며, 고대 화성에서 물이 흐르며 지형을 형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연구팀은 이러한 정밀한 지층 분석이 과거 화성의 대기와 수권 사이에서 일어났던 상호작용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분석한 퇴적층은 NASA의 큐리오시티(Curiosity) 로버가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가장 주목된 것은 수 밀리미터 두께의 얇고 반복적인 층리 구조였다. 이들 층은 입자 크기와 조성이 미세하게 다르며, 위쪽으로 갈수록 입자가 점차 작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일반적인 호수 퇴적 패턴과는 다른데, 연구팀은 대기에서 내린 비나 눈이 표면에 쌓이며 생긴 구조로 해석했다.

◆ 복잡했던 화성의 고대 기후

더불어 연구팀은 퇴적층 내에서 눈이 녹은 물과 관련된 화학 성분의 흔적도 함께 확인했다.

이는 당시 화성의 기후가 단순히 온화하거나 습했던 것이 아니라, 비와 눈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기후 조건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런 기후 조건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장기간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며, 이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도 직결될 수 있다.

비와 눈에 의해 침식된 것으로 보이는 화성 지형. 지구에서 강수에 의해 형성된 계곡과 유사한 분지 형태가 확인된다. 출처: NASA / JPL-Caltech / University of Arizona
비와 눈에 의해 침식된 것으로 보이는 화성 지형. 지구에서 강수에 의해 형성된 계곡과 유사한 분지 형태가 확인된다. 출처: NASA / JPL-Caltech / University of Arizona

퍼듀대 연구팀은 "단순한 물의 흐름 흔적이 아닌, 반복적인 대기 강수에 의한 퇴적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화성의 기후 모델에 비춰보면, 해당 퇴적층은 과거 화성의 물 순환 시스템과 기후 변화 양상을 정밀하게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화성의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탐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그 여정에 결정적인 단서를 하나 더 추가했다. 향후 탐사를 통해 유사한 퇴적 증거가 축적된다면, 과거 화성의 기후를 보다 입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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