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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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레골리스(regolith)'는 달 표면에 퇴적된 모래 모양의 불균일한 입자로 '달의 모래'라고도 불린다. 특히 산화철 등이 다량으로 함유돼 산소와 물을 추출할 수 있고 콘크리트 등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독일 포츠담대 연구팀이 레골리스를 이용한 '태양전지' 제작 방법을 새롭게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De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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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달 탐사와 월면 기지 건설 계획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장비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 문제다. 지금까지 달 표면의 에너지 대부분은 지구에서 운반된 태양전지를 통해 얻어 왔지만, 향후 대규모 탐사 활동 및 정착 활동을 유지할 수준의 태양전지를 우주로 옮기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 전문가이자 이번 연구를 이끈 펠릭스 랑(Felix Lang) 박사는 "현재 우주에서 사용되는 태양전지는 우수하며 효율은 30~40%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에는 대가가 따른다. 매우 비싸고 유리나 두꺼운 금속 막을 커버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팀은 지구에서 태양전지를 운반하는 대신 '달의 레골리스를 재료로 태양전지 모듈을 현지에서 제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구체적으로 저렴하고 에너지 전환 효율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결정구조를 이용한 태양전지와 이를 보호하는 유리로 구성된 기존 태양전지 모듈을 달 레골리스로 만든 '문글라스(moonglass)'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가볍고 유연하며 태양광을 높은 효율로 전기로 변환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는 달 표면의 강한 방사선이나 미세운석의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달 표면에서 프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운용하려면 유리 등으로 표면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레골리스로 태양전지 모듈 유리를 제작하는 아이디어를 실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레골리스를 모방한 물질(모사체)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문글라스를 만들 때 복잡한 정제 공정은 필요하지 않고 태양광을 집중시켜 고온화시키는 것만으로 레골리스를 녹여 유리로 만들 수 있다. 

이후 연구팀은 자체 문글라스를 이용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 제작에 성공했다.

아래 A는 달의 고지대 지형에서 볼 수 있는 중금속 산화물 함량이 낮은 레골리스를 재현한 'TUBS-T(위)'와 저지대 지형에서 볼 수 있는 중금속 산화물 함량이 많은 레골리스를 재현한 'TUBS-M(아래)'이고, B는 이를 원료로 해 제작한 문글라스다. 이번 연구에서는 색이 더 연하고 빛을 통과시키기 쉬운 TUBS-T로 만든 문글라스가 태양전지 모듈 제조에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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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만든 일반 유리는 달 표면에서 강력한 우주선 영향으로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태양광 투과율이 점차 낮아져 태양전지 효율이 떨어진다. 반면, 문글라스는 레골리스에 포함된 불순물로 인해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갈색을 띠고 더 진한 갈색으로 변하지 않아 우주선에 대한 내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의 효율은 10%를 달성했다. 이는 지구에서 만들어진 태양전지보다 크게 낮지만 문글라스를 달 표면에서 제조함으로써 태양전지 제조에 필요한 발사 무게가 99.4% 줄고 운송 비용도 99% 절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구에서 우주로 발사하는 무게 1g당 발전량은 최대 100배에 달하는 셈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랑 박사는 "중량을 99% 절감할 수 있다면 발전 효율 30%의 태양전지는 필요 없다. 달 표면에서 많이 제작하면 될 뿐이다. 더욱이 다른 태양전지는 시간이 지나면 열화되지만, 우리가 개발한 태양전지는 방사선에 더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는 유망하지만 ▲지구와는 다른 저중력 환경에서 레골리스로 동일하게 문글라스를 만들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페로브스카이트 가공에 사용되는 용제가 진공에 노출되면 열화될 가능성이 있다 ▲달의 극단적인 기온차로 재료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태양전지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등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랑 박사는 "연료용 물 추출부터 달 벽돌로 집을 짓는 것까지 과학자들은 달 먼지를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달 먼지 활용법인 태양전지가 미래 달 도시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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