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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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외계 문명과의 조우, 드넓은 우주에서의 전쟁,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과의 공존… SF(공상과학)는 우리의 상상력을 끝없이 자극하는 장르다.

그런데 최근, 이 SF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중국 쑤저우대학교와 칭화대학교 소속 심리학자들은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리서치(Communication Research)'에 게재한 논문에서, SF 콘텐츠에 자주 노출된 사람이 더 강한 ‘세계 시민’ 의식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ommunication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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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인간의 보편적 감정 중 하나인 ‘경외심(awe)’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국적이나 인종을 넘어서는 ‘전 인류적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ll humanity)’가 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감정 변화는 난민 구호나 기후 위기 대응, 국제 기부와 같은 실제 사회적 행동과도 관련이 깊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세 가지 실험을 통해 진행됐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인상 깊게 본 영화 장르를 떠올리게 한 뒤, 해당 장르가 불러일으킨 감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SF 장르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경외심’을 강하게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감사나 감탄, 희망과는 또 다른, SF 특유의 정서 반응이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 1,000여 명에게 같은 주제를 다룬 SF 소설, 현실 소설, 설명문 중 하나를 무작위로 읽게 한 뒤 감정 반응과 사회적 동일시 정도를 측정했다. SF 소설을 읽은 그룹은 타인과의 연결감을 더 강하게 느꼈고, 특히 ‘전 인류와의 동일시’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분석 결과, 이 변화는 ‘경외심’이라는 감정이 핵심적인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실험은 장기적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543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2개월간 추적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SF 콘텐츠에 자주 몰입한 학생일수록 일상 속 경외심 경험이 많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특히 이미 전 인류적 동일시 성향이 높은 이들이 SF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SF가 연대감을 강화하는 순환 구조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다만 이 실험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내에서만 진행됐기 때문에,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SF가 상상력만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까지 자극하는 장르라는 점에는 주목할 만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SF만이 이런 효과를 내는 유일한 장르는 아니며, 드라마나 로맨스도 인간애를 통해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심리학 전문 매체 'PsyPost'는 “SF는 인간이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경외심을 자극함으로써 더 넓은 연대 의식을 끌어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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