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망원경이 포착한 완전한 구형 구조, 기원은 아직 불명

텔레이오스의 편광 특성을 보여주는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Xiv (2025, Filipović et al.)
텔레이오스의 편광 특성을 보여주는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Xiv (2025, Filipović et al.)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주에서 놀랍도록 대칭적인 구형 천체 '텔레이오스'가 발견돼 천문학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기존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 구조물은 천문학의 상식을 뒤흔들고 있다.

호주의 강력한 전파망원경 데이터를 분석한 국제 연구진은 완전한 구형에 가까운 거품 모양의 구조체를 포착했다. 이는 초신성 폭발로 방출된 물질이 퍼지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처럼 이상할 정도로 정교한 대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 '텔레이오스', 이름처럼 완벽한 구형 구조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교의 천체물리학자 미로슬라브 필리포비치(Miroslav Filipović)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천체에 고대 그리스어로 '완전함'을 뜻하는 '텔레이오스(Teleios)'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이 구조의 기원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선 더 많은 관측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호주천문학회지(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에 제출되었으며, 사전 출판 플랫폼 arXiv에도 공개되었다.

호주 전파망원경 ASKAP은 '우주 진화 지도(Evolutionary Map of the Universe·EMU)' 프로젝트를 통해 하늘 곳곳에서 특이한 원형 구조를 다수 관측해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상한 전파 원(Odd Radio Circles·ORCs)'이라 불리며, 은하 간 먼 거리에서 발견돼 정체 파악이 어렵다.

전파 연속체 관측으로 촬영한 텔레이오스의 확대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Xiv (2025, Filipović et al.)
전파 연속체 관측으로 촬영한 텔레이오스의 확대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Xiv (2025, Filipović et al.)

그러나 텔레이오스는 우리 은하 내부에 위치한 천체로, ORC보다 훨씬 가까우면서도 규모는 작다. 다만 정확한 거리 측정이 어렵다는 점은 형성과정을 추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밀 분석 결과, 텔레이오스는 전파 파장에서만 희미하게 빛을 낸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러한 특성은 백색왜성이 동반성에서 물질을 흡수하다 질량 한계를 초과해 폭발하는 'Ia형 초신성'의 흔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 거리 추정의 혼란, 그리고 남은 수수께끼

우주 천체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연구팀은 텔레이오스까지의 거리를 약 7,175광년에서 25,114광년 사이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차이는 곧 구조의 크기와 나이 해석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텔레이오스와 그 주변을 촬영한 ASKAP 전파 연속체 관측 이미지. 화면 상단에는 은하수가 보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Xiv (2025, Filipović et al.)
텔레이오스와 그 주변을 촬영한 ASKAP 전파 연속체 관측 이미지. 화면 상단에는 은하수가 보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rXiv (2025, Filipović et al.)

가까운 거리라면 텔레이오스는 지름 약 46광년에 불과한 1,000년 이하의 젊은 초신성 잔해로 볼 수 있다. 반면 더 멀리 있다면 지름이 157광년에 이르며, 1만 년 이상 된 오래된 구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Ia형 초신성이라면 동반되어야 할 X선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그 형태다. 일반적인 초신성 잔해는 폭발의 불균형이나 주변 성간물질과의 충돌로 인해 비대칭적인 모양을 띤다. 하지만 텔레이오스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구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극도로 희박한 공간에서 폭발했거나, 아직 파편화가 진행되지 않은 초기 상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필리포비치 교수는 "Ia형 초신성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 있지만, 어떤 설명도 X선 부재를 완전히 납득시켜주지는 못한다"며 "텔레이오스의 본질을 규명하려면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관측 장비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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