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별이 죽음을 맞는 순간, 남기는 건 거대한 불꽃이다. 그런데 이번엔 별이 껍질을 벗겨내고 '뼈'까지 드러낸 채 폭발하는 전례 없는 초신성이 포착됐다.
교토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초신성 'SN 2021yfj'를 관측해,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예측되던 대질량별 최심부, 즉 실리콘과 황이 모여 있는 층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별이 어떻게 태어나고 죽는지에 관한 근본적 의문에 다가선 역사적 발견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 별 속의 '양파 구조'와 숨겨진 심층부
대질량별은 생애 마지막까지 핵융합을 거듭하며 수소·헬륨·탄소·산소 같은 원소를 차례로 만들어낸다. 내부는 양파껍질처럼 층층이 쌓여, 겉에는 가벼운 원소가, 중심부에는 무거운 원소가 자리한다. 지금까지 관측된 초신성은 외곽의 헬륨, 탄소, 산소 층까지가 한계였고, 더 깊은 층은 이론 속 가설에 머물러 있었다.
SN 2021yfj는 이 벽을 처음으로 깼다.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ZTF(츠비키 천체 탐사 장비)가 포착한 이 초신성은 지구에서 22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폭발했다. 분광 관측에서는 일반 초신성에서 흔히 보이는 헬륨과 산소의 신호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신 실리콘과 황, 아르곤 같은 무거운 원소가 강하게 드러났다. 이는 별이 외층 대부분을 잃고, 중심부 가까운 층까지 드러난 채 폭발했음을 보여준다.
천노 신고(Shingo Senno) 교토대 교수는 "초신성의 가장 안쪽 층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별이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결정적 퍼즐 조각을 찾은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 '뼈'까지 벗겨낸 초신성의 미스터리
연구팀은 교토대가 개발한 오픈소스 시뮬레이션 코드 'CHIPS'를 이용해 SN 2021yfj의 빛 곡선과 스펙트럼을 재현했고, 관측 결과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실제 관측과 이론 모델이 나란히 맞아떨어진 사례로, 발견의 신뢰성을 더욱 강화했다.
다만 새로운 수수께끼도 생겼다. 일반적인 항성풍으로는 바깥층의 헬륨 정도만 날려 보낼 수 있는데, SN 2021yfj는 훨씬 깊은 실리콘·황 층까지 드러나 있었다. 왜 이렇게 극단적인 '벗겨짐'이 일어났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발견돼야 한다고 본다. 특히 남미 루빈 천문대의 LSST 대규모 탐사가 본격 가동되면, 이 같은 특이 초신성을 더 자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별이 '뼈'까지 드러내며 폭발하는 진화 경로가 얼마나 흔한 현상인지, 그 통계적 빈도와 배후 물리 과정을 규명할 수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