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디스크를 따라 위아래로 요동치는 별들의 수직 운동을 시각화한 이미지. 화살표는 별의 움직임 방향을 나타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A, Gaia Collaboration
은하수 디스크를 따라 위아래로 요동치는 별들의 수직 운동을 시각화한 이미지. 화살표는 별의 움직임 방향을 나타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A, Gaia Collaboration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리 은하는 고요하지 않다.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망원경 가이아(Gaia)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은하 중심에서 외곽으로 퍼져나가는 거대한 파동이 발견됐다. 별들이 은하 평면을 따라 규칙적으로 위아래로 진동하는 모습이 관측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됐다.

 

◆ 은하의 원반은 '파동치는 바다'였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INAF)의 에로이사 포지오(Eloisa Poggio)가 이끄는 연구팀은 젊은 별 약 1만7천 개와 세페이드 변광성 3천여 개의 운동을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별들이 은하 평면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번갈아 오르내리며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이아 데이터로 재구성한 은하수 디스크의 별 위치와 운동. 왼쪽은 은하를 위에서 본 지도, 오른쪽은 옆에서 본 단면으로, 은하의 물결 구조를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A, Gaia Collaboration
가이아 데이터로 재구성한 은하수 디스크의 별 위치와 운동. 왼쪽은 은하를 위에서 본 지도, 오른쪽은 옆에서 본 단면으로, 은하의 물결 구조를 보여준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A, Gaia Collaboration

이 파동은 은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진폭이 커졌고, 단순히 은하가 뒤틀린 구조를 지닌 것이 아니라 실제로 파동이 디스크를 따라 전파되는 역동적인 현상이었다. 연구팀은 "은하의 별들이 마치 수면 위의 물결처럼 움직이며, 그 흔적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 충돌이 남긴 흔적, 은하의 '기억'

연구팀은 이 거대한 파동의 기원을, 수십억 년 전 우리 은하를 스쳐 지나간 외부 은하의 중력 충격에서 찾고 있다. 특히 사지테리우스 왜소은하(Sagittarius Dwarf Galaxy)가 은하수를 통과하며 일으킨 충돌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마치 연못에 던진 돌이 원형 파동을 남기듯, 그 영향이 은하 디스크 전체를 요동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은하수 디스크에서 바깥쪽으로 전파되는 거대한 파동의 시각적 증거. 화살표는 별의 수직 운동 방향을 나타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A, Gaia Collaboration
은하수 디스크에서 바깥쪽으로 전파되는 거대한 파동의 시각적 증거. 화살표는 별의 수직 운동 방향을 나타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ESA, Gaia Collaboration

이번 결과는 우리 은하가 단순한 원반이 아니라, 과거 사건의 흔적을 품은 살아 있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젊은 별들에서 동일한 파동 신호가 관측됐다는 점은, 별이 태어나기 전 가스 구름이 이미 이런 집단적 운동을 지니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가이아의 다음 데이터 공개 이후에는 훨씬 넓은 표본과 더 긴 시간축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이 파동이 은하 전역으로 어떻게 퍼져나가고 사라지는지를 추적한다면, 은하의 진화사를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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