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별에 속하지 않고 은하계를 떠도는 거대 유목 행성이 자체적으로 위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게재됐다.
◆ 유목 행성 주변에서 드러난 원반 구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해 목성 질량의 5~10배에 해당하는 자유부유 행성(FFPMOs) 8개를 관측했다.
그 결과 일부 천체 주변에서 탄화수소와 규산염으로 구성된 원반이 확인됐다. 이러한 원반은 어린 별 주위에서 나타나는 원시행성계 원반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며, 위성이나 고리 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발견은 유목 행성이 단순히 별에서 밀려난 잔여물이 아니라 별과 유사한 방식으로 독립적인 형성과 진화를 거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원반 내 결정성 물질의 존재는 단순한 먼지 축적을 넘어, 별 주변 원시 원반에서처럼 먼지 성장과 물리·화학적 변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관측 천문학자인 알렉스 숄츠(Aleks Scholz)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거대 행성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천체들도 스스로 미니어처 행성계를 형성할 잠재력이 있다"며 "그 시스템은 태양계와 닮았지만 크기와 질량이 100분의 1 수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별 없는 세계에서의 행성계 형성 가능성
연구팀은 오리온 성운에 위치한 자유부유 행성들의 원반 성분을 정밀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먼지 성장과 결정화의 징후가 포착됐으며, 실제 위성 형성 과정이 진행 중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태양계 밖에서 아직 직접 관측된 적 없는 외계 위성(exomoon) 탐색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제1저자인 벨린다 다미안(Belinda Damian) 박사는 "목성과 비슷한 크기의 외로운 천체 주변에서도 행성 형성의 기본 재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행성계의 탄생은 별에만 의존하지 않고, 별 없는 세계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후속 관측을 통해 이러한 원반이 실제 위성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