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Juno)'가 9년간의 관측을 통해 목성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2011년 발사돼 2016년 목성 궤도에 진입한 주노는 극심한 방사선 환경에도 불구하고 예상 수명을 훨씬 넘어 활동을 이어오며 목성의 대기, 내부 구조, 자기장, 위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잇달아 밝혀냈다.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최근 주노의 주요 성과와 의미를 종합적으로 소개했다.
◆ 목성 대기와 내부 구조, 기존 이론 뒤흔들다
주노는 극지 궤도를 따라 목성을 관측하며 이전 탐사선이 닿지 못했던 영역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북극에는 8개, 남극에는 5개의 거대한 사이클론이 중심 폭풍을 둘러싸고 장기간 유지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광경이다. 왜 이런 현상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목성의 상징인 '대적점(Great Red Spot)'은 깊이가 약 480k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수십 배에 해당하며, 대적점의 실체가 처음으로 입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주노는 또 목성 상층 대기에서 지구와는 전혀 다른 번개 현상을 포착했다. 지구의 번개는 액체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충돌할 때 생기지만, 목성 상층은 너무 차가워 얼음만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다. NASA 주노 연구팀은 목성 대기에 풍부한 암모니아가 부동액처럼 작용해 얼음을 액체 상태로 바꾸고, 이 액체 방울이 얼음과 부딪히며 전기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물과 암모니아가 섞인 '머시볼(mushball)'이라는 얼음 덩어리가 생겨 하층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의 깊은 층에서 일어나는 낯선 번개의 원리다.
내부 구조 조사에서는 목성 중심부가 예상과 달리 고체 핵과 금속성 수소가 섞여 있는 '퍼지(fuzzy) 코어' 형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무거운 원소가 핵에 집중되지 않고 상층 대기에 분포해 있어, 목성이 단순한 가스 행성이 아니라 훨씬 복잡한 구조를 지닌 세계임을 보여준다.
◆ 위성 탐사에서 드러난 이오의 화산과 목성 연구의 미래
주노는 목성의 위성 관측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가니메데와 유로파에서는 내부와 표면 성분의 새로운 단서가 확보됐으며, 활화산이 끊임없이 분출하는 이오에서는 기존 가설과 다른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2024년 12월 이오 남반구에서는 약 10만㎢ 규모의 초대형 화산 분출이 관측됐다.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하며, NASA 주노 연구팀은 이를 '태양계 최대 규모의 화산 분출'로 기록했다. 한순간에 대륙 하나가 불바다가 된 듯한 장관이었다.
주노는 또한 목성 자기장이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비대칭적이며, 적도 부근에는 '그레이트 블루 스팟(Great Blue Spot)'이라 불리는 강한 자기장이 집중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목성 내부의 금속성 수소가 전기를 띠며 거대한 자기장을 만든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주노의 임무는 원래 2018년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연장을 거듭하며 2025년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가 연장이 승인되면 목성의 희미한 고리와 내측 위성까지 정밀 탐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언젠가 주노는 방사선과 노후화로 임무를 마치고 목성 대기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 성과는 이미 확고하다. 주노는 목성이 단순한 가스 행성이 아니라 복잡한 대기와 내부 구조를 지닌 행성임을 입증했으며, 이는 향후 행성 형성 이론과 외행성 탐사의 중요한 기반으로 남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