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은 시작이 아니었다?"…우주 탄생의 새로운 지평 열리나
표준 우주론 뒤집는 새 연구…빅뱅 이전 시공간 존재 가능성 제시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주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됐다. 최근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엔리케 가스타냐가(Enrique Gaztañaga) 교수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 레스브리지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지금의 우주가 초거대 블랙홀 내부에서 생성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표준 우주론의 핵심인 빅뱅 이론에 의문을 던졌다.
이번 연구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D(Physical Review D)'에 게재되었으며, 연구팀은 이를 온라인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도 소개했다.
◆ "우리는 거대한 블랙홀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구팀은 기존 빅뱅 이론이 전제하는 '특이점', 즉 시공간이 무한히 압축된 한 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개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 대신, 블랙홀 내부에서 시공간이 새롭게 태어나는 '전이 과정'이 지금의 우주를 만들었을 수 있다는 모델을 수학적으로 구성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우주는 '무(無)'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더 큰 시공간 구조 속 블랙홀의 내부에서 생겨난 것이다. 특히 블랙홀 중심이 단순한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시공간이 발생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는 외부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블랙홀 내부가 독립적인 우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한다.
결국 우리가 관측하는 '빅뱅'은 블랙홀 내부에서 발생한 중력 붕괴와 그에 이은 반동 현상이 외부에 드러난 하나의 결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홀로그램 우주'…4차원 블랙홀의 그림자일 수도
연구팀은 이론적 기반으로 '홀로그램 원리(Holographic Principle)'를 적용했다. 이는 3차원 세계의 모든 물리 정보가 2차원 경계면에 저장될 수 있다는 양자 중력 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블랙홀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우리 우주는 더 높은 차원의 블랙홀 표면에 투영된 일종의 '홀로그램'일 가능성이 열린다. 즉, 우리가 인식하는 우주는 4차원 블랙홀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의 그림자에 불과하며, 이는 기존 빅뱅 이론보다 더 확장된 시공간 구조로 우주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모델은 초기 우주의 균일성과 평탄성 같은 기존 이론의 난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 우주는 반복적으로 태어나는가
연구에 참여한 레스브리지대학교의 다니엘 홉(Daniel J. Hobb) 교수는 "우리가 속한 우주는 이미 존재하던 더 큰 우주의 블랙홀 내부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 이론은 우주론의 핵심 문제들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모델은 아직 가설 단계이며, 다양한 관측 자료와 수학적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우주가 단 한 번의 빅뱅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더 큰 시공간 구조 속에서 순환적으로 생성되는 하나의 에피소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우주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