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폭발로 발생한 중성미자 KM3-230213A를 상상한 삽화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oby Gleason-Kaiser, SpaceEngine
블랙홀 폭발로 발생한 중성미자 KM3-230213A를 상상한 삽화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Toby Gleason-Kaiser, SpaceEngine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지난 2023년 지구에 도달한 기록적 에너지의 입자 KM3-230213A가 사라지는 블랙홀의 마지막 신호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질량이 거의 없는 중성미자가 220 PeV의 에너지를 지닌 채 지구에 도달했는데, 이는 이전 기록인 10 PeV를 훌쩍 뛰어넘는다. 

* PeV(페타전자볼트)는 매우 큰 에너지 단위로, 1 PeV는 1,000조 전자볼트(10¹⁵ eV)에 해당한다. 이는 일반적인 입자 에너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hysical Review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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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 블랙홀과 고에너지 중성미자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입자 중 하나지만 전하가 없고 거의 질량이 없으며,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도 거의 하지 않는다. 때문에 검출이 매우 어렵지만, 다른 입자와 충돌할 때 간혹 관측된다. 중성미자의 에너지는 이를 생성한 천체 현상의 강도와 직결된다.

MIT의 알렉산드라 클립펠(Alexandra Klipfel)과 데이비드 카이저(David Kaiser) 연구팀은 이번 사건이 초기 우주에서 형성된 원시 블랙홀이 소멸하면서 방출한 호킹 복사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 시나리오에서 대부분의 암흑물질이 원시 블랙홀로 구성될 수 있으며, 우연히 가까운 블랙홀 폭발에서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호킹 복사의 첫 관측 증거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원시 블랙홀이 우주의 암흑물질 대부분을 구성한다는 가정 하에, 일부 블랙홀이 여전히 존재하며 소멸 과정에서 KM3-230213A와 같은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를 방출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블랙홀은 소행성 질량 규모로 줄어든 뒤 생애 마지막 나노초 동안 태양계 모든 별에 있는 원자 수보다 훨씬 많은 중성미자를 내뿜는다.

이 입자가 지구에 도달하려면 폭발은 태양계 외곽, 오르트 구름 안쪽 약 2,000천문단위(태양과 지구 거리 약 2,000배) 이내에서 발생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런 사건의 확률을 약 8%로 계산했지만, 기존 설명만으로는 이처럼 높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저에너지 중성미자 사건은 더 먼 원시 블랙홀 폭발의 '배경 소음'일 수 있으며, KM3-230213A 같은 특이 사건은 우연히 가까이 폭발한 블랙홀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블랙홀 폭발, 관측 가능할까

연구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호킹 복사를 실제로 관측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이미 설치된 초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 장치들은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감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다른 연구에서는 향후 10년 안에 원시 블랙홀이 폭발하는 모습을 관측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예측한다.

연구팀은 "이런 사건이 이미 감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만약 KM3-230213A가 실제 폭발 신호라면, 지금까지 관측된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는 블랙홀이 생애 마지막 순간에 내뿜는 신호였을 수 있다. 향후 관측이 이어진다면 원시 블랙홀과 암흑물질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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