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전자레인지는 이제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가전제품 중 하나지만 청소를 소홀히 하기 쉽다.
전자레인지 내부에는 어떤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지에 대해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과 스페인 생명공학 기업인 '다윈 바이오프로젝션 엑설런스 SL(Darwin Bioprospecting Excellence SL)이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논문은 '미생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icrobiology)'에 게재됐다.
전자레인지는 고주파로 가열해 음식물의 온도를 높여주는 조리기구이다. 요리 등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이지만, '정기적으로 고온 가열하기 때문에 청소하지 않아도 내부에 세균은 사멸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물에 씻기가 어려워 거의 청소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에 연구팀은 전자레인지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 조사를 위해 ▲가정의 주방에 있는 전자레인지 10개 ▲회사 휴게실이나 대학 카페테리아에 있는 공용 전자레인지 10개 ▲분자생물학이나 미생물학 연구실에 있는 전자레인지 10개의 내부에서 샘플을 채취해 어떤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모든 전자레인지에서 총 101종의 박테리아를 확인했으며 대부분 간균(Bacillus), 마이크로코쿠스(Micrococcus),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속에 속했다. 이들 박테리아 모두 인간이 사는 환경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또 박테리아는 가정용 전자레인지에 가장 많았고 실험실 전자레인지 박테리아가 유전적 다양성이 가장 컸다.
당연하게도 주방에 놓여 있는 전자레인지는 다른 주방 표면이나 식품과 비슷한 미생물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클레브시엘라(Klebsiella)나 브레분디모나스(Brevundimonas) 등 건강상의 위험이 있는 박테리아도 발견됐다. 다만 그 양이나 변형은 다른 일반적인 주방의 표면과 비교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식하는 미생물의 다양성은 가정용 전자레인지가 가장 낮았다. 생물 다양성을 평가하는 섀넌 지수에서 가정용 주방 전자레인지(노란색)는 '4'를 밑돌았지만, 실험실 전자레인지(빨간색)는 '4'를 웃도는 점수를 보였다. 공용 전자레인지(녹색)는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실험실 전자레인지는 식품이 아닌 수용액·생물학 샘플·합성 재료·화학 시약 등을 가열하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주방 표면과는 다른 세균이 검출됐다. 이러한 전자레인지는 장시간 가열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연구팀은 전자레인지 내 극단적인 조건이 미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실험실 전자레인지에서 검출된 미생물군은 태양광 패널에서 분리된 미생물군과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실 샘플군 가운데 풍부한 데이토코쿠스(Deinococcus), 히메노박터(Hymenobacter), 키네오코커스(Kineococcus), 스핑고모나스(Sphingomonas), 셀룰로모나스(Cellulomonas) 속 등은 고선량 방사선·고온·극한 환경에 내성이 있는 종류"라고 설명했다.
과학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가정용 전자레인지에서 발견된 미생물은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방사선이나 열충격을 견디고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자레인지는 정기적으로 철저히 청소하고 음식 찌꺼기도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