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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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외로움이 당뇨병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나 사회적 고립이 흡연보다 사람을 노화시킨다는 연구 등 고독과 건강 위험의 관계를 나타낸 연구는 매우 다양하다. 

이에 따라 외로움 자체가 건강 위험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유전자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분석을 통해 '외로움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Human Behavi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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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의과대 연구팀에 따르면 외로움과 질병의 관계를 보여준 연구는 많지만 외로움이 건강을 악화시키는 메커니즘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관찰 연구에서는 외로움과 건강 문제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해도, '외로움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인과관계 유무까지는 규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에 걸린 탓에 사회적 참여가 줄어 결과적으로 고립되는 경우와 같은 '인과의 역전'이나 외로움과는 다른 요인인 '교락 인자(confound factor)'가 외로움과 질병 양쪽에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외로움과 질병의 연관성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영국에서 진행된 장기적인 대규모 조사 'UK 바이오 뱅크'에서 수집된 행동 데이터, 유전자 데이터, 입원 데이터를 조합한 분석을 진행했다.

데이터는 56가지 주요 질병을 망라하고 있으며 추적 기간 중앙값은 12년, 참가자 47만6100명의 평균연령은 56.5세, 'UCLA 외로움 척도'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의 약 5%인 2만3136명이었다.

연구팀이 우선 입원 데이터와 사망 기록을 이용한 일반 분석을 진행한 결과, 외로움은 56가지 질병 중 30가지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로움과의 연관성이 특히 강한 질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불안증, 조현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었다.

이어 유전자 데이터를 이용한 멘델리안 랜덤화(MR) 분석을 진행했다. MR 분석은 유전자 변이가 무작위로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물려받는다는 멘델의 법칙을 이용해 분석 결과의 편향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특정 질병과의 관련성이 밝혀지고, 환경 및 생활습관에 좌우되지 않는 유전자 변이에 주목함으로써 인과의 역전이나 교란인자의 영향을 낮출 수 있다.

연구팀이 외로움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 30개 질병 중 유전자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26개 질병을 대상으로 MR 분석을 한 결과, 대부분의 질병이 외로움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26가지 질병 중 갑상선기능저하증, 천식, 우울증, 향정신성의약품 남용, 수면무호흡증, 난청 등 6가지뿐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외로움은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병의 징후'이기 때문에 외로움에 대처하는 것만으로는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외로움은 대부분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위험 요인이 아닌, 잠재적 대리 지표로 기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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