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임산부의 흡연이나 음주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고정밀 초음파 검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엄마가 먹은 음식의 맛에 태아가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신 중 산모의 식사가 출산 후 아기의 식습관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임신한 여성이 먹은 음식의 풍미가 양수에 전달돼 태아가 들이마시거나 삼켜 반응할 가능성은 그동안 간접적 방법으로만 확인이 가능했다. 이에 영국 더럼람대학교 태아·신생아연구실 소속 베이자 우스툰(Beyza Ustun) 박사 연구팀은 태아의 입체적인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4D 초음파 검사로 태아를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sychological Science

연구에는 18세에서 40세 사이 건강한 임산부 100명이 참여했다. 다만 조산과 코로나19 등으로 32주차와 36주차의 두 차례 검사에 모두 참여한 임산부는 81명이었다.

각 참가자에게는 생야채로 환산하면 50g에 해당하는 당근(35명) 또는 케일 분말(35명)이 400mg 든 캡슐을 스캔 20분 전에 섭취하도록 했다. 나머지 30명은 당근이나 케일의 맛이 나지 않는 음식을 먹도록  했다. 

또 다른 식품이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검사 1시간 전부터는 음식이나 음료를 마시지 말 것과 스캔 당일 당근이나 케일이 포함된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실험에 당근과 케일을 선택한 이유는 당근은 당분이 많아 달콤하게 느껴지고, 케일은 시금치와 브로콜리 같은 다른 녹황색 채소보다 쓴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임산부가 당근을 섭취한 후 태아의 표정은 섭취하지 않은 태아와 비교해 볼이나 입꼬리가 올라가는 웃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sychological Science

반면 케일을 먹으면 팔자주름이 생기거나 아랫입술이 내려가는 우는 표정이 많다는 것도 드러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sychological Science

성인의 경우 음식의 풍미를 미각과 후각 조합을 통해 느낀다. 엄마 뱃속의 태아는 자궁 내 양수를 흡입하거나 삼켜 맛을 체험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스툰 박사는 "아기가 자궁 내에서 맛과 냄새를 느낄 수 있다는 연구는 많이 있지만, 기존 연구는 출산 후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출산 전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출생 전 태아가 맛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한 연구팀은 앞으로 엄마가 먹은 음식을 맛보는 경험이 출생 이후 아기의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연구 공저자인 영국 애스턴대 재클린 블리셋(Jacqueline Blissett) 교수는 "연구의 다음 단계는 태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는 표정을 보인) 맛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멈추는지, 그리고 자궁 밖에서 처음 그 맛을 볼 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